성과에 따른 역할 조정 무게…30일 단행 전망

SK그룹의 정기 사장단 인사가 이르면 오는 30일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며 전면 배치했던 경영진들의 1년 성적표를 평가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계열사별로 경영 실적과 사업 구조 전환의 성과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대규모 인적 교체보다는 실적과 사업 재편 성과에 기반한 역할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10월 30일 부회장 1명과 사장 11명을 승진시키고 사장급 4명의 보직을 변경하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SK는 경영 전략의 조기 수립을 위해 인사를 기존 12월 초에서 앞당겨 실시하는 특징을 보였다. 올해 역시 지난해 발탁된 경영진이 마주했던 고객 신뢰 회복 및 사업 전환 과제들이 이번 인사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T·에코플랜트 '순항' vs SK온·SKC '부진'

개별 계열사의 성과를 살펴보면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은 고객 신뢰 회복과 실적 정상화라는 과제를 수행 중이다. SK텔레콤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7.3% 증가한 5660억원을 기록했다. 해킹 사고 관련 비용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으나, 휴대전화 가입자가 다시 늘어나고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전년 대비 92.5% 급증한 1362억원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입증했다.

김영식 SK에코플랜트 사장은 반도체와 AI 중심의 사업 전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0조504억원, 영업이익은 1조4650억원에 달한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6% 폭증한 533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매출의 약 78%가 반도체 모듈, 재활용, AI 시설 구축 등 반도체 관련 사업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분양 사업장과 관련된 솔루션 부문의 일회성 손실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반면 배터리 업황 둔화의 영향을 받은 경영진들의 성적은 다소 아쉽다. 이용욱 SK온 사장은 2분기 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3분기에는 8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분기 흑자는 고객사 보상금 등 일회성 수익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종우 SKC 사장 역시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6% 늘어난 638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줄였으나, 동박 부문의 544억원 손실로 인해 전 분기 대비 적자 규모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주사 겸직 조정과 하이닉스 승진 여부 주목

지주사와 에너지 부문의 인력 재배치도 핵심 관전 포인트다. 장용호 SK㈜·SK이노베이션 사장의 겸직 유지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장 사장은 SK㈜ 대표이사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 인사에서 어느 한쪽에 집중할지에 따라 강동수 SK㈜ 사장이나 추형욱 SK이노베이션 사장의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3조70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배터리 사업의 적자와 재무 현안 해결이 경영진의 숙제로 남아 있다.

그룹 리밸런싱을 이끌어온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사업 재편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SK하이닉스는 HBM 중심의 AI 메모리 시장 선점에 힘입어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이러한 성과가 곽 사장의 승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SK그룹은 다음 달 12일부터 14일까지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개최해 내년도 경영 전략과 투자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