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조정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소비심리 압박
증시의 급격한 조정세와 중동 지역의 전쟁 위기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한 달 만에 후퇴했다. 반도체 수출이 이례적인 호조를 보이며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과 금리 인상 기조가 가계의 소득 및 소비에 대한 낙관론을 잠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4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1.2%p 하락했다. 지난달 2.1%p 상승하며 개선세를 보였던 지표가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CCSI는 현재의 생활 형편과 가계 수입 전망 등 6개 지표를 통합한 것으로, 100을 상회하면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달까지 CCSI는 6개월 연속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경기 전망 악화와 고용 불안 우려
박용민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높은 성장률과 수출 실적이 소비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나, 주가 폭락과 중동 분쟁 지속, 금리 상승 등이 하락 압력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현재생활형편(93, 1%p 상승)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지표가 모두 뒷걸음질 쳤다. 가계수입전망(101), 소비지출전망(109), 현재경기판단(82), 생활형편전망(97)은 모두 전월보다 1%p씩 감소했다.
특히 6개월 뒤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향후경기전망 CSI는 88로 2%p 하락하며 지난 4월(7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박 팀장은 주가 하락이 가계 수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월 9000선을 돌파했으나 이후 급락하며 전날 5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고용 관련 지표인 취업기회전망(86)과 임금수준전망(122)도 각각 2%p씩 하락했는데, 이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고용 악화 우려와 반도체 업황 둔화 가능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집값 전망 하락폭 확대 및 물가 전망 유지
주택가격전망 CSI는 1년 뒤의 집값 추이를 예측하는 지표로, 이달 124를 기록하며 지난 6월(120)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다만 이는 장기 평균치인 107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전망치가 133에서 130으로 3%p 급락하며, 6대 광역시(121→120)나 기타 지역(124→123)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다. 박 팀장은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와 경기 지역의 상승세가 상방 요인이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나타나 4개월째 변동이 없었다. 3년 및 5년 후의 기대치 역시 2.6%로 전월과 동일했다. 박 팀장은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지만, 석유 최고가격제 연장이나 금리 인상 기대가 이를 상쇄하며 수치를 유지시켰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 요인으로는 석유류 제품(52.6%), 농·축·수산물(36.0%), 공공요금(30.4%) 순으로 꼽혔으며, 집세를 언급한 비중은 전월 대비 1.6%p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