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테슬라, 한국 부품사 생산라인 증설에 자금 투입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과 후공정 분야로 그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테슬라 같은 글로벌 거대 기술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계약을 넘어,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사의 생산 시설 확충에 직접적인 자금을 지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AI 서버부터 자율주행차, 로봇에 들어가는 고성능 핵심 부품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부품 제조사들의 수혜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업계의 전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21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GTC 베를린' 행사를 통해 삼성전기와 앰코를 포함한 6개 주요 협력사들과의 생산 능력 확대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번 발표의 대상에는 이비덴, 유니마이크론, KYEC, SPIL 등이 포함되었으며, 패키지 기판부터 첨단 패키징, 검사 장비, 광학 엔진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와 미국 앰코테크놀로지의 한국 내 생산 거점이 핵심 대상에 포함되었다.

삼성전기·앰코, AI 반도체용 기판 생산 거점 확대

삼성전기는 엔비디아와의 공동 투자를 바탕으로 세종 및 부산 사업장에 AI 반도체 전용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해당 라인은 올해부터 다년간 AI 연산용 칩셋 기판을 공급하게 되며, 엔비디아는 2028년까지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패키지 기판 물량의 상당 부분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투자 규모가 약 2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앰코 역시 엔비디아와 13억 달러 규모의 신규 계약을 맺고 한국 내 생산 역량을 강화한다. 앰코는 수령한 선급금을 활용해 첨단 패키징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며, 반도체 칩 연결에 쓰이는 인터포저 웨이퍼의 한국 내 생산 능력을 2028년 말까지 현재보다 300% 이상 확대하고 새로운 생산 시설 개발에도 착수한다.

LG이노텍의 센싱 기술 협력과 테슬라의 기판 확보전

LG이노텍은 GTC 베를린에서 엔비디아와의 기술 협력 성과를 공개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홀로스캔 센서 브리지(HSB) 기술이 적용된 300만 화소 카메라 모듈과 멀티모달 비전 시스템을 선보였다. HSB 기술은 센서 데이터를 CPU를 거치지 않고 AI 컴퓨터로 직송해 로봇의 정보 처리 속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밀한 손 움직임과 시각 인식을 위한 기술 협력을 확대하며, 내년 CES와 GTC에서 차세대 플랫폼용 솔루션을 공동 공개할 예정이다.

테슬라 또한 삼성전기의 기판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해 약 1조 원 규모의 지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 전용 라인을 증설하도록 지원하며, 2029년부터 2033년까지 5년간 FC-BGA를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자율주행 전기차 및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AI 칩에 탑재될 기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편, LG이노텍 역시 글로벌 빅테크들과 신규 증설 및 공급 협의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으며, 하나증권은 고객사로부터 받는 선수금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