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시장 점유율 급등과 매출 구조의 변화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글로벌 테크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시대를 열며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본격화한다. 회사는 범용 D램을 넘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전략을 가동해, 현재 SK하이닉스가 선점한 1위 자리를 되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장기공급계약(LTA) 체결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미래 수요 선점, 그리고 파운드리 부문의 적자 개선이라는 3대 핵심 과제를 추진 중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9일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D램 시장 점유율과 맞먹는 수준의 HBM 점유율 확보 목표를 3분기에 이미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특히 차세대 제품인 HBM4의 경우, 3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배나 뛰었으며 전체 HBM 매출 내 비중도 60%까지 올라섰다. 내년도 생산 물량은 이미 완판된 상태이며, 추가 주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4분기 이후에도 외형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3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30% 후반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20% 내외에 머물렀던 점유율은 업계 최초의 HBM4 양산 출하를 기점으로 2분기 33%까지 상승했다. 이후 단 한 분기 만에 5%포인트가량 추가 상승하며 40%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 약 50%의 점유율을 가진 SK하이닉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LTA 확대와 84조원 규모의 공격적 설비투자

업계에서는 HBM이 차세대 메모리 호황을 이끌 핵심 품목인 만큼, 선제적인 점유율 확대가 내년 이후 메모리 시장 전체의 주도권으로 연결될 것으로 분석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HBM의 Gb당 평균판매가격(ASP)은 올해 1.65달러에서 내년 3.48달러로 2배 이상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범용 D램의 ASP가 2.34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HBM4는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등 최신 AI 칩 수요와 맞물려 급증세가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최장 5년간 묶어둘 수 있는 LTA 체결과 생산시설(팹) 투자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재준 부사장은 대형 고객사 10곳과 이미 LTA 체결을 마쳤으며, 추가로 10곳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 전체 생산능력의 60%를 LTA 물량으로 채우겠다는 목표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LTA 고객 수는 지난 7월 말 기준 5곳에서 한 분기 만에 2배로 늘어났으며, 현재 협상 중인 건들이 마무리되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20곳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설비투자(CAPEX) 규모도 당초 예상치를 상회하는 84조 4000억 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연초에 CAPEX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총 11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당시 예상했던 CAPEX 규모는 60조~70조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용인, 전남광주, 미국 테일러 등 신규 팹 구축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10조 원 이상의 추가 집행이 결정됐다.

파운드리 적자 탈출과 선단 공정 수주 확대

메모리 분야의 협력 기반을 활용해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 개선도 서두른다. 강석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8나노 이하 선단 공정의 수요가 생산 능력을 크게 웃돌고 있어 하반기 가동률이 10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2나노 공정의 수주 과제 수를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려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단 공정이 기존 레거시 공정보다 단가가 높고 수요가 제한적이었으나,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집중되어 풀캐파(Full Capacity)에 도달할 경우 실적 개선이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3분기 1조~2조 원 규모의 영업 적자가 추정되는 파운드리 사업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4분기 이후에도 이러한 3대 전략을 더욱 강화한다. HBM 사업에서는 HBM4에 이어 HBM4E를 내년 상반기 양산하고, 하반기에는 증산을 통해 물량을 확대한다. LTA 고객들과는 기존 5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일부는 이미 완료 단계다. 파운드리에서는 미국 테일러 2공장을 연내 착공하고, 2나노를 넘어선 1.4나노 공정을 2029년까지 구축하기 위해 고객사들과 선제적인 수주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