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적체 해소 위한 보직 변경, 법원 “업무상 필요성 인정”

대형마트에서 점장과 팀장직을 수행하던 관리직 근로자들이 현장 실무직으로 보직이 변경된 것에 반발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단독은 최근 A씨를 포함한 대형마트 근로자 43명이 해당 유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회사가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하에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장기 근속 관리직 직원들의 직책을 조정한 것에서 비롯됐다.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진행된 여러 차례의 인사발령으로 인해 이들은 기존의 점포 운영 및 직원 관리 업무 대신 농축산물 소분, 상품 진열, 발주, 창고 정리 등 매장 현장에서 직접 물건을 다루는 실무를 맡게 됐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희망퇴직을 거부한 이들을 내쫓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력에 맞지 않는 업무를 부여하며 퇴사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1명에 대한 발령을 부당전보로 판정해 취소를 명령했으나, 회사가 행정소송을 취하한 가운데 근로자들은 별도의 민사상 위자료와 노무사 비용 등을 청구하며 맞섰다.

직급·연봉 유지된 상태서 이루어진 전보, 불법행위로 보기 어려워

재판부는 노동위원회의 부당전보 판단과는 별개로, 이번 인사발령이 곧바로 민사상 불법행위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해당 점포의 인사 적체가 매우 심각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25년 2월 기준으로 승격 연차를 넘긴 직원의 비율이 70.7%를 상회하고 있었으며, 상위 직책인 점장과 팀장의 자리가 한정적인 구조였다. 재판부는 기존 직책자들을 그대로 두면 후배 직원들의 승진 기회가 박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인정했다. 실제로 회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직책 조정을 통해 점장 84개와 팀장 58개의 자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업무 성격이 육체적이고 단순해졌다는 점은 인정되나, 재판부는 해당 업무들이 마트 영업에 필수적인 통상적 업무라고 보았다. 또한 근로자들의 직급과 연봉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도 결정적이었다. 원고들의 직급은 변동이 없었고 이에 따른 임금 감액이나 강등 같은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도 입증되지 않았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노동위원회의 판단과 민사상 손해배상 요건은 다르며, 위자료를 받으려면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는 불법성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