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만에 60억 달러 탈취, 진화하는 북한의 해킹 범죄
미국에서 무려 63억 달러, 한화로 약 8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대규모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전 세계의 민간 금융망과 공공기관을 겨냥한 북한의 사이버 범죄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추세다.
북한 해커들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바이낸스의 임직원 100여 명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계좌에서 6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발생했던 바이비트 해킹 사건(약 2조 원 규모) 피해액보다 4배 이상 큰 수치이며, 당시 사건 역시 북한의 소행으로 분석된 바 있다.
해킹으로 벌어들이는 외화,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원
블록체인 분석 전문 기업인 체이널리시스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 중 무려 89%가 북한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의 15%와 비교했을 때 5년 사이 비중이 6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현재 북한은 정찰총국 산하의 해커 약 8,400여 명을 동원해 외화 수입의 절반 이상을 해킹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이렇게 탈취한 자금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그리고 재래식 군사력 증강에 투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효과를 내는 비대칭 전력을 확보함으로써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이버 공격을 '만능의 보검'이라 칭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것과 맥을 같이 한다.
534만 건 유출된 국내 정보, 범국가적 방어 체계 절실
국내 상황도 매우 위태롭다. 지난 9월 말부터 시중은행을 포함한 20여 곳의 금융회사가 해킹을 당해 10만 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10월까지 주요 기업과 기관 25곳에서 확인된 정보 유출 규모는 534만 건에 달한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동시다발적 공격 징후가 포착되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GS건설에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직 이번 사건들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나, 현재의 취약한 보안 시스템은 언제든 타겟이 될 수 있다. 바이낸스와 같은 거대 금융 자산이 공격받는 일이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범부처 종합대책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국회에 계류 중인 해킹 방지 관련 법안 수십 건 또한 방치되어 있다. 사이버 안보는 사후 약방문식 대응이 아닌, 선제적 탐지와 차단이 핵심이다. 이제는 개별 기관의 대응을 넘어 국제 공조를 포함한 국가적 차원의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