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치료의 성패, 신속한 병원 도착에 달렸다
대한뇌졸중학회는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World Stroke Day)'을 맞아, 뇌졸중 의심 징후가 포착될 경우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여 전문적인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에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지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파열되며 발생하는 뇌졸중은 대표적인 중증 응급 질환이다. 특히 전체 사례의 약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의 경우, 폐쇄된 혈관을 얼마나 신속하게 재개통할 수 있느냐에 따라 환자의 생존 여부와 후유장애의 정도가 결정된다.
뇌경색의 초급성기 치료법인 정맥 내 혈전용해술은 통상적으로 증상 발현 후 4시간 30분 이내에 시행되어야 한다. 다만 이 '골든타임'은 단순히 기다릴 수 있는 유예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영상 검사와 진료, 약물 준비 과정이 필수적이므로, 증상이 나타난 순간부터 의료기관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연되는 병원 도착, 초급성기 치료의 주요 장애물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 의심 증상을 명확히 인지하고 골든타임 내에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속해서 역설해 왔다. 한국뇌졸중등록사업의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 비율은 약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병원 도착의 지연 현상은 초급성기 치료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뇌졸중은 대부분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주요 의심 증상으로는 얼굴 마비, 한쪽 팔다리의 무력감,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언어 이해 및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언어장애 등이 있다. 이외에도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급격한 시야 장애, 중심을 잡기 힘든 심한 어지럼증, 혹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 중 단 하나라도 갑자기 발생한다면, 상태가 호전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즉시 119를 통해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진화하는 치료 옵션과 변치 않는 대응 원칙
최근에는 뇌경색 초기에 시행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도 넓어지는 추세다. 기존의 정맥 내 혈전용해제인 알테플라제(tPA)와 더불어 테넥테플라제가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넥테플라제 역시 혈전을 녹이는 기전을 가진 약물이지만 투여 방식에서 차별화된다. 알테플라제가 일부를 먼저 주입한 뒤 약 1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것과 달리, 테넥테플라제는 단 한 번의 정맥 주사로 투약이 완료된다. 이러한 특성은 검사나 시술 준비, 혹은 병원 간 이송 과정을 더욱 신속하게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여러 임상연구에 따르면 테넥테플라제는 알테플라제와 비교했을 때 3개월 후의 기능적 회복이나 사망률 측면에서 유사한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거쳐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치료 기술이 고도화되더라도 뇌졸중 대응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환자의 병원 도착이 늦어질수록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의 폭은 줄어들며, 지연되는 시간만큼 뇌 손상은 심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치료법의 발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가 뇌졸중 증상을 빠르게 인지하고 119를 이용해 즉각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차재관 대한뇌졸중학회 회장(동아대 의대 교수)은 "뇌졸중 대응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증상 발생 후 얼마나 빠르게 치료를 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갑작스러운 얼굴 마비나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가 나타나면 기다리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 신속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이번 세계 뇌졸중의 날을 계기로 뇌졸중 증상과 초급성기 치료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전파할 예정이다. 또한 국민들이 뇌졸중 의심 증상을 인지했을 때 즉시 119에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대국민 홍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홍근식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인제대 의대 교수)은 "최근 뇌경색 치료법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치료 효과를 충분히 얻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빠른 병원 도착이다"라며, "증상이 발생했을 때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 것이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