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견인한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시장의 호황을 발판 삼아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반도체 사업이 실적 성장을 강력하게 주도한 반면,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은 스마트폰 등 완제품 사업부의 수익성을 저하시키며 사업부 간 명암이 엇갈렸다.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연결 기준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195조 2532억원, 영업이익은 107조 44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9%와 783.1% 급증한 수치다. 메모리 분야의 기록적인 성과 덕분에 삼성전자는 4개 분기 연속으로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갈아치웠으며, 글로벌 기술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실적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부문이었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47조 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 5000억원을 달성하며 전체 영업이익의 약 99%를 책임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52조 1000억원을 기록했으나,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했다. AI 수요가 반도체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완제품의 제조 원가를 높이면서 발생한 결과다.

HBM 중심의 메모리 독주와 파운드리 확장

DS 부문 내에서는 메모리 사업이 실적을 압도했다. 메모리 매출은 140조 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특히 3분기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폭증했다. 전체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도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삼성전자는 당초 하반기 목표로 설정했던 D램 시장 점유율 수준의 HBM 점유율을 3분기에 이미 달성한 것으로 분석했다.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한 협상도 상당 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현재 확보된 물량은 사실상 완판(Sold-out)되었으며, 주요 고객사들의 추가 공급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장기 공급 계약도 확대되는 추세로, 삼성전자는 이미 10개의 대형 고객사와 다년 계약을 맺었으며 별도의 주요 고객 10곳과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신규 팹 건설과 웨이퍼 생산, 장비 공급의 제약 등을 고려할 때 2028년까지도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대전 2026'에서 선보인 HBM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 고객사로부터 2나노 공정 과제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2나노 수주 규모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매출 비중 역시 5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맞춰 미국 테일러 팹의 클린룸 가동과 설비 반입 등 생산 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만 76조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완제품 부문의 원가 압박과 프리미엄 전략

반면 DX 부문은 반도체 호황의 그늘 아래 있었다. 3분기 모바일경험(MX)과 네트워크 사업의 합산 영업손실은 60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Z 폴드8 등 플래그십 신제품 덕분에 매출은 전분기 및 전년 대비 늘었으나, 부품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인해 모바일용 메모리 공급이 지난해 4분기부터 부족해진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폴더블8과 워치 울트라2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일부 방어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제품 믹스를 프리미엄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갤럭시 S 시리즈와 폴더블 등 고가 제품 비중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2027년에는 얇고 가벼운 폴더블 기술력을 강화하고,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는 에이전틱 AI 경험을 확대하며 트라이폴드 등 신규 폼팩터 개발도 지속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패널 비중을 높이고 8.6세대 OLED 생산을 확대하며 3분기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가전(DA) 사업은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종료 후 수요 감소와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이 원인이었다. 삼성전자는 향후 대형·프리미엄 제품과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생활가전에서는 AI 혁신 제품과 고수익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