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의 가속화와 노동 환경의 격변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택시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운전대를 잡던 기존 노동자들의 역할은 줄어드는 반면, 자율주행 차량을 관리하는 관제나 정비 등 전후방 직무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현재의 택시 노동자 환경과 괴리되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빌리티 및 플랫폼 산업의 전환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서비스가 본격화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200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배치해 AI 학습을 위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는 레벨4 단계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 실증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직무 전환의 한계와 고령 노동자의 소외 문제
기술 발전에 따라 택시 산업의 직무 구조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관제 업무가 전방 직무로 부상하고, 차량 정비나 세차, 고장 시 견인, 교통약자 지원 등 후방 업무가 새롭게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신규 직종에 기존 노동자들이 원활히 진입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봉균 전택노련 사무처장은 현직 택시 기사들의 평균 연령이 65세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직무 전환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안전 관리나 정비, 비상 출동 같은 업무가 고령의 운전사들에게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직무의 규모와 고용 유지 가능성, 그리고 기존 운전 소득을 어느 정도나 보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데이터 주권 침해와 입법 공백의 위험성
무인택시 산업 구축을 위해 필수적인 운행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도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 우려가 크다. 승객의 이용 패턴이나 운전자의 숙련된 경험, 서비스 편익에 관한 정보들이 산업 형성의 핵심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호출 앱을 통해 플랫폼사에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으나, 향후 AI 기업으로의 주도권 이동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염석환 비플랫 대표는 플랫폼사가 AI 기업에 의해 대체되는 과정에서 데이터 권리가 상실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음성 명령만으로 차량이 호출되는 시대가 오면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기술 실증에 집중하며 노동권 보호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노동자의 AI 관련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넘어 노동법 차원의 집단적 권리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데이터 이용의 투명성과 노동 조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입법 공백을 지적하며,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통해 AI 시대 노동자의 주권을 수호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