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유럽연합(EU)의 '산업 가속화법(IAA)'과 관련해 한국이 EU 역내국과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독일 측의 협력을 요청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뜻을 모았으며,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는 물론 국방과 방산 영역까지 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또한 양국은 경제·산업과 안보, 공급망 분야에서의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EU 산업 가속화법 대응과 경제 협력 강화

이 대통령은 회담 직후 진행된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EU가 추진 중인 산업 가속화법에 대응하여 한국이 역내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독일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EU의 산업 가속화법은 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우대 조치를 강화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 철강, 배터리 등 한국의 핵심 산업군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채택된 공동성명에 대해 정치와 경제, 안보, 문화, 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공조를 이어가겠다는 양국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경제·하이테크 파트너십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산업 프로젝트 발굴과 공동 연구, 기술 및 표준화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핵심 광물과 에너지 안보 분야의 협력도 강화하여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에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첨단 산업 및 방산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

양국은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기존 강점 분야를 넘어 AI, 양자기술, 바이오, 우주 산업과 같은 미래 성장동력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양국의 상호 보완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별도의 반도체 생태계 파트너십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한독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국제적인 조세 기준을 준수하고, 양국 기업들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투자와 경제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방 및 방산 분야의 제도적 협력도 한층 강화된다. 이 대통령은 국방·안보 협력의 심화와 더불어 실질적이고 호혜적인 방산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양국 국방 당국 간의 전략적 소통을 늘리고,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방산 기업들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공동 개발 및 합작 투자를 포함한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는 데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달하며, 양국 기업 간의 호혜적 협력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종료 후에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식 만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장인화 포스코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정몽원 HL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한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또한 롤란트 부쉬 지멘스 CEO와 마커스 카미트 바스프 대표이사 등 독일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사들도 함께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