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열풍이 만든 역대급 실적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며 압도적인 수익성을 증명했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군이 완판 행진을 이어간 결과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애플을 제치고 2분기 연속으로 전 세계 테크 기업 중 이익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9일 공시된 3분기 연결 기준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매출은 195조 2500억원, 영업이익은 107조 4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9%와 783.1%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보인 수치다. 지난 3개월 동안 삼성전자는 매일 평균 약 1조 1700억원의 이익을 창출해낸 셈이다.
이러한 성장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반도체(DS) 부문이다. 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6조 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9.5% 증가했다. 이를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1분마다 8억원꼴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6세대 HBM4 매출이 전 분기보다 3배 넘게 뛰며 전체 HBM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적자 사업을 제외한 메모리 사업부의 이익률은 약 77%로 추산되며, 이는 SK하이닉스의 80%와 맞먹는 수준이다.
미래 수요 확보와 완판 행진
삼성전자는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해 향후 수요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도 나섰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028년까지도 HBM의 수급이 매우 타이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도 HBM 공급 물량이 목표가로 이미 완판되었으며,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추가 공급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처 또한 AI 서버를 넘어 모바일, 전장, 네트워크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전체 생산량의 60~70%를 다년 계약 고객에게 우선 배정할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10곳의 대형 고객사와 다년 계약을 맺었으며, 추가로 10곳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제품인 7세대 HBM4E는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적 뒤에 숨은 DX 부문의 적자
반면 완제품(DX) 부문은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신제품 출시 효과로 매출이 11%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6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스마트폰용 범용 D램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된 결과다. 반도체의 호황이 완제품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메모리의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부문 역시 물류비용 상승 등의 여파로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주환원 불확실성에 흔들린 투자심리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현금배당으로 30조원(주당 4601원) 규모를 의결했다. 이는 2024년부터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로드맵의 일환이다. 올해 전체 주주환원 규모는 90조원에서 110조원 사이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정규장에서 전일보다 4.13% 하락한 23만 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오전 10시 콘퍼런스콜 직후에는 장중 6%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약 55조원에서 75조원에 달하는 잔여 주주환원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 계획이 나오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세부 방안 발표를 내년 1월 말로 미루면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이 부재했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계획의 부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실적 발표 때마다 주가가 떨어지는 삼성전자의 징크스가 올해 네 번째로 반복된 것이다. 반면 전날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예고하며 10% 급등했던 SK하이닉스는 이날 2.62% 상승한 152만 6000원으로 마감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