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MW 전력 용량의 압도적 스케일
미국 북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 밀집 구역인 '데이터센터 앨리'의 중심부, 라우던카운티 애슈번에 위치한 디지털리얼티 데이터센터는 그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연면적 9만4200㎡에 달하는 이 시설은 총 96㎿(메가와트)의 전력 용량을 갖추고 있다. 이는 내년 상반기 가동을 앞둔 네이버의 세종시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전력 용량인 55㎿보다 약 1.7배 더 큰 수치다. 대니얼 롬노스키 디지털리얼티 솔루션 엔지니어링 디렉터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외형은 가용 전력과 부지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넓은 땅을 확보할 수 있는 애슈번 지역은 낮고 길게 펼쳐진 구조를 띠는 반면, 부지가 제한적인 도심형 데이터센터는 수직적인 형태를 취하게 된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냉각과 보안 시스템
시설 내부로 들어서면 광활한 복도가 나타나며, 넓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해 직원들이 사용하는 킥보드가 눈에 띈다. 스콧 월리스 디지털리얼티 솔루션아키텍처 부문 수석이사는 건물 내부에서 길을 잃을 정도로 공간이 방대하다고 설명했다. 복도에서는 정막이 흐르지만, 보안문을 통과해 들어선 데이터홀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6㎿ 규모의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홀 내부에는 수많은 서버랙과 냉각장비가 굉음을 내며 가동되고 있다. 철저한 보안을 위해 각 공간은 잠금 장치와 카메라로 관리되며, 내부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된다. 현재 이곳에는 오라클과 메타를 포함한 16개의 고객용 스위트가 입주해 있으며 수천 개의 서버랙이 운영 중이다.
차세대 반도체 설계를 고려한 인프라 구축
열기 관리를 위해 디지털리얼티는 바닥 아래로 차가운 공기를 순환시키는 공랭식 냉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별도의 기계실에는 1대당 약 165㎾(킬로와트) 용량의 버티브 대형 냉각장비들이 배치되어 있다. 롬노스키 디렉터는 인공지능(AI) 서버의 높은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수랭식 냉각이 도입되는 추세임을 언급했다. 건물 외곽에는 외부 전력 차단 시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3㎿ 출력의 대형 컨테이너형 비상발전기들이 줄지어 있다. 디지털리얼티가 북버지니아에서 운영하는 40여 개 데이터센터의 전체 IT 부하는 1GW(기가와트)에 달하며, 애슈번 지역에만 600㎿ 규모의 용량이 집중되어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설계
월리스 수석이사는 데이터센터 구축 시 전력사와 반도체 제조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급격한 기술 변화에 대응하려면 현재 건설 중인 시설이 향후 3~5년 내에 등장할 차세대 반도체 설계까지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관련 업체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시설을 구축할 경우, 단 1년 만에 활용 가치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30년 넘게 데이터센터 산업이 집적된 애슈번의 사례는 GPU 확보와 안정적인 전력·냉각 체계는 물론, 미래 반도체 기술까지 반영한 장기적 관점의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