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8천여 건 정보 유출, 금융권 보안 비상
금융권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단순 정보 유출을 넘어 고객의 실제 자산을 노리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은행권에 이어 증권사에서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해커들의 공격 지점이 핵심 금융 거래 시스템과 점점 더 밀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의 발표에 따르면, 대신증권에서 총 3만 8,490건의 고객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된 항목은 고객의 성명과 이메일, 거주지 주소, 통신 서비스 아이디(ID), 이용 은행명, 그리고 암호화 처리가 된 입·출금 계좌번호와 대신증권 종합계좌번호, 전화번호 등 총 8가지다. 이는 앞서 신한은행에서 고객 2만 5,000명의 성명, 연락처, 연소득, 대출 한도, 주민등록번호 등이 유출된 사건에 이은 또 다른 대형 보안 사고다.
암호화 해제 시 자산 탈취 가능성 제기
이번 사고의 핵심적인 위험 요소는 개인의 자산이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은행권 해킹이 보이스피싱 같은 2차 범죄로 연결되었다면, 이번 증권사 사고는 직접적인 자금 탈취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비대면 계좌 개설 서버가 침입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핵심 서비스망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해킹 시도가 점차 중추적인 망을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번 달 일본에서는 인공지능(AI)을 동원한 증권사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고객의 의사와 무관한 주식 거래가 5개 계좌에서 성사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특히 암호화된 계좌번호가 복구키를 통해 읽을 수 있는 평문 데이터로 변환될 경우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염 교수는 해커가 복구키를 확보해 암호화 정보를 복호화할 경우, 계좌에 직접 침입해 자산을 빼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역시 계좌 정보가 평문 형태로 노출될 경우 제2의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많아, 금융사 외의 다른 경로로 노출된 정보까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불안에 떨며 조회하는 소비자들
연이은 보안 사고로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극도로 높아졌다. 대신증권을 주로 이용해온 직장인 김모(35)씨는 유출 여부를 알리는 별도의 통보가 없어 직접 명단을 조회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피해가 없다는 안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권의 해킹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계좌가 언제든 위험해질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국가 전체가 해킹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대신증권 측은 2차 피해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보안 점검 요청에 따라 자체적인 점검을 실시했으며, 현재 이상 징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과 기존 점검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 중이다. 관계자는 해커가 핵심 서버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2차 피해는 없으므로 실제 고객 계좌를 통한 자산 탈취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