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노쇠가 레카네맙 효능 가로막나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기여하는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가 이미 근감소증이나 신체적 노쇠를 겪고 있다면 인지기능과 일상 수행 능력이 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레카네맙은 뇌 내 아밀로이드베타 축적을 억제해 병세를 완화하는 기전을 갖췄지만, 환자의 신체적 상태에 따라 실제 임상적 경과는 차이를 보였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연구팀은 레카네맙 치료를 시작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노화와 질병(Aging and Disease)’에 지난 29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K-LEARN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총 187명의 환자를 조사했으며, 치료 전 환자들의 근감소증 및 신체적 노쇠 여부를 진단한 뒤 혈액 지표와 인지 기능, 임상 경과 등의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했다.
치료 효과와 별개로 나타난 기능 악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 이미 신체적 노쇠나 근감소증이 관찰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더 가파르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지 기능과 일상 수행력을 통합적으로 측정하는 임상치매척도(CDR-SB) 점수가 더 빠르게 하락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환자의 성별, 연령, 교육 수준 및 치료 전 질병의 중증도를 보정하여 분석한 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됐다.
신체적 노쇠를 겪는 환자들에게서는 약물 부작용인 ‘주입 관련 반응’이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노쇠 환자군에서 해당 반응이 나타난 비율은 38.5%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노쇠가 없는 환자군의 발생 비율인 17.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다만, 아밀로이드 병리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혈액 지표(p-tau217)의 변화량은 신체 상태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레카네맙이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는 본연의 기능은 환자의 신체 상태와 관계없이 수행하지만, 실제 환자가 체감하는 생활 기능은 신체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반적 신체 관리의 중요성 대두
강성훈 교수는 레켐비 치료 경과를 판단할 때 아밀로이드 병리의 변화뿐만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신체 상태를 핵심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치료 과정에서 뇌 영상이나 혈액 바이오마커를 모니터링하는 것과 더불어 걷기, 근력, 균형 감각 등 신체 기능에 대한 평가를 병행하여 개별 관리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비치료 대조군이 포함되지 않은 관찰연구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강 교수는 이번 결과가 신체적 노쇠나 근감소증이 레카네맙의 치료 효과를 직접적으로 변형시킨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영양 공급이나 운동 요법을 통한 신체 기능 개선이 실제 치료 과정의 임상적 경과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