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달러 규모의 세계 4위 경제권 형성 가능성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28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제17회 아시아미래포럼에 참석해 일본과의 경제적 연대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요소임을 역설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현재 GDP가 약 1조 8000억 달러 수준이지만, 일본과 경제적 결합을 이룰 경우 그 규모가 6조 달러까지 팽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달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한일 양국이 결속할 경우 세계 4위권의 경제 블록을 형성해 국제 사회에서 더 강력한 발언권과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과 일본이 보유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술이 결합한다면, 보다 견고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안보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진정한 리딩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 규모의 확대뿐만 아니라 경제 안보와 산업의 성숙도 측면에서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AI 네이티브 국가'와 새로운 성장 모델의 과제

최 회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지난 70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이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의 동시 달성을 가능케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아 기존의 성장 모델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도전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최 회장은 'AI 네이티브 국가'로의 전환과 '한일 경제공동체' 구축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제시했다.

그가 설명한 'AI 네이티브 국가'는 단순한 기술 활용 차원을 넘어, 국가 경영과 사회 시스템, 공공 서비스 및 산업 구조 전반이 AI를 중심축으로 설계되어 작동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 회장은 AI를 활용해 사회적 문제의 발생 구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룰 세터'로의 도약과 CPTPP 가입 논란

과거의 역사적 갈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이 2인 3각의 형태로 협력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기존의 국제 규칙을 수용하기만 하던 '룰 테이커(Rule Taker)' 단계에서 벗어나, 다른 중견국들과 연대하여 규칙을 만드는 '룰 세터(Rule Setter)'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앞선 인터뷰를 통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CPTPP는 미국 탈퇴 이후 11개국이 주도하여 2018년 3월 서명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2024년 영국의 가입을 통해 현재 12개국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협정 가입은 수출 기업에 무역 다변화와 장벽 완화라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농어업 부문에는 타격이 예상되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농어민들과 대화하며, CPTPP 가입 신청이 곧 즉각적인 승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임기 내 가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농·어·축산업계가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