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향한 한미일의 미묘한 시각차

한국과 미국, 일본의 외교 수장들이 30일(현지시각) 만나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9월 21일 뉴욕 유엔총회 당시 만남 이후 약 40일 만에 이루어진 대면 협의다.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6 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및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과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두고 3국의 표현 방식에서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며,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줄 차단 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국내 전술핵 재배치 논의를 고려하거나 미국의 확장억제력 범위를 포괄하는 전략적 해석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국은 북미 대화의 재개를 강조하며 정부가 그 과정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미국 측 발표에는 대화 재개에 관한 언급이 포함되지 않았다.

서해 내 중국의 강압적 행태에 대한 미국의 직접 경고

역내 정세와 관련하여 미국은 중국의 행보를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일본과 한국이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라는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과 달리, 루비오 국무장관은 중국을 직접 명시했다. 미국은 남중국해 통제권 주장과 더불어 동중국해 및 서해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강압적인 행태를 문제 삼았으며,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관계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서해에서의 중국의 강압적 행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서해는 중국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구조물을 무단 설치하며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서해 문제를 단순한 한중 간의 양자 현안을 넘어, 대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격상시키고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3국 장관들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공급망 협력과 한미 간 현안 논의

장관들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및 기술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에너지 위기와 공급망 취약성을 공유한 가운데,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인공지능(AI) 등 첨단 신기술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한미일 3국은 북극 협력각서(MOC)에 서명하며 북극 태평양 지역의 해양 안전과 비상 대응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조현 장관은 루비오 국무장관과 별도의 환담을 통해 양국 관계와 고위급 교류, 비자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다뤘다. 최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미국 비자 발급 문제로 인한 방미 차질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관련 의견이 교환된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의 공식 발표에는 해당 환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한국 외교부 역시 상세한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