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부활과 이준석의 수도권 전략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정치적 위기를 극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가운데, 그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전략적 움직임도 함께 조명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오 시장과 결합하여 한동훈 무소속 의원 세력을 배제한 채 보수 진영의 판도를 다시 짜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개혁신당 측은 지난 28일,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경기 남부 지역의 성과를 꼽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원은 경기 남부권에서 보수의 강력한 맹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5선 서울시장인 오 시장과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이 서울의 보수 지형을 책임진다면, 이 의원은 경기 남부를 맡아 수도권 보수 세력을 상호 보완적으로 재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의원이 과거 당대표 시절 천하람 원내대표와 이주영 의원에게 경기 남부 출마를 권유했던 것도 이러한 전략적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킹메이커 논란과 친한계와의 정면 충돌

이 의원의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그가 차기 대선에서 오 시장을 지원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 26일 오 시장의 무죄 판결을 축하하는 만찬에서 이 의원이 오 시장의 성함으로 '오뚝이처럼 세파를 이겨내니 훈풍이 분다'는 삼행시를 지어 읊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친한동훈계 인사는 대선 주자가 타 후보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는 사례를 언급하며, 이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시계를 2035년 대선으로 조정한 채 오 세훈계에 합류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 의원과 친한계 사이의 갈등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 라디오 방송에서 한 의원을 '천박한 법 기술자'라고 비판한 데 이어, 26일에는 명태균 사건과 관련해 한 의원이 정략적 목적을 위해 내부에서 수류탄을 터뜨린 인물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 의원이 과거 한 의원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오 시장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례적인 행보라고 지적했다.

갈등의 뿌리: 명태균 의혹과 정치적 대체재 관계

두 세력 간의 충돌 배경에는 2024년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 당시의 대응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이 의원 등이 연루된 의혹이 불거졌을 때, 한 의원이 정치권의 모습이 국민에게 한심하게 비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이 의원은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의원과 한 의원이 서로를 대체할 수 있는 '정치적 라이벌'이라는 점을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전직 당대표로서 탈당한 이력이 있고, 중도보수 성향과 민주당·국민의힘을 동시에 극복한 서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 시장과는 20년 이상의 연령 차가 나는 반면, 한 의원과는 12살 차이에 불과하다는 점도 두 인물 간의 경쟁 구도를 심화시키는 요소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