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수출 1조 달러 시대 열리나
대한민국의 연간 수출 규모가 이번 달을 기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 고지를 밟을 전망이다. 이는 미국, 중국, 독일에 이은 세계 4번째 기록으로, 대한민국 수출 경쟁력을 입증하는 역사적인 성과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3.7%라는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이며 1,15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의 1,211억 달러에 이어 월간 수출액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러한 강력한 수출 동력에 힘입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적 수출액은 이미 9,300억 달러를 넘어서며 9,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상 환경의 악화 속에서도 11월 중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하며 수출 신기원의 개막을 선언했다.
인텔 쇼크와 빅테크 현금 흐름의 경고
그러나 눈부신 수출 성적에만 도취해 있을 여유는 없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피크아웃'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텔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1%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4분기 매출 및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내놓았다. 특히 올해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지난 30일 인텔의 주가는 52년 만에 최대치인 29% 폭락했다. 알파벳(구글 모회사) 역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으며, 아마존의 경우 1년간 424억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의 현금 흐름 악화가 곧바로 AI 산업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추가 투자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AI 고점론이 확산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도체 편중 구조와 산업 위기 대응
정부와 여당은 현재의 수출 호조가 반도체 업황의 사이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AI와 반도체 붐 덕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이 사이클이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작은 충격이라도 받게 된다면 우리 경제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며, 현대자동차의 매출 감소 등 주력 산업들이 예측 불가능한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정부는 주 52시간제와 같은 규제로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기보다,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총력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