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실효성 없는 북한의 노출 전략
북한이 황해도 개풍군 일대에 122mm급 자주포로 추정되는 화력을 배치한 움직임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전술적 가치가 없는 '보여주기식 행위'로 규정했다. 최근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와 불과 1.5km 거리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접경 지역에서 북한군 자주포가 육안으로 식별되는 모습이 언론 매체에 포착된 가운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러한 배치가 군사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자주포 배치 의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눈에 띄는 곳에 포병 화력을 배치하는 것은 군사적·전술적 관점에서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우리 군과 합참은 현재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어떠한 상황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존 전술 무시한 위험한 배치
통상적으로 포병 부대는 최전방에 노출되지 않도록 운용된다. 북한 역시 개성이나 개풍, 장풍군 등의 서부전선 갱도 내부에 자주포와 장사정포를 은닉해두는 방식을 취해왔다. 북한군 포병은 평소 지하 진지에 몸을 숨겼다가 유사시 신속히 갱도 밖으로 나와 포격을 가한 뒤 다시 숨는 이른바 '치고 빠지기(Shoot and Scoot)' 전술을 구사한다. 이는 포탄 발사 후 발생하는 궤적을 적의 대포병 레이더가 탐지해 진지 좌표를 산출하고 타격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포병의 핵심 생존 전술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군은 개풍권 접경 지역에서 자주포 훈련을 실시하면서도, 사격 후 진지를 신속히 이탈하는 생존성 확보 훈련을 생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포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을 바탕으로 '치고 빠지기'에 최적화된 무기체계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강 하구의 탁 트인 공간에 방호벽이나 위장막도 없이 자주포를 일렬로 배치해 스스로를 노출시켰는데, 이러한 위치는 유사시 한국군의 정밀 타격 무기가 가장 먼저 겨냥할 최우선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구형 무기를 활용한 선전전 의도
현장 포착된 영상에 따르면 북한군 장병들은 자주포 인근에서 붉은 깃발을 흔들며 훈련을 진행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실전적인 전투 훈련보다는 한강 건너편에서 경계 중인 한국군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노출시킨 무기체계가 구형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를 보여주기식 선전전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무기는 1970년대부터 북한이 운용해온 구소련제 견인포를 궤도형 차체에 결합한 구형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