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 반응의 핵심, 결합 지점 너머의 원자 구조가 결정한다

비료나 연료와 같은 각종 화학 제품의 제조 공정에서 촉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분자가 금속 표면에 결합하는 강도에 따라 전체적인 반응의 효율성과 속도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화학계는 분자가 결합하는 지점의 인접한 원자들만이 결합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식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통해 분자가 결합한 지점에서 수 나노미터(㎚)나 떨어진 곳의 원자 구조조차 결합 세기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이는 기존의 화학적 통념을 뒤집는 결과로, 향후 컴퓨터 계산을 활용해 초정밀 촉매를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막스플랑크-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장거리 전자 효과' 규명

양자나노과학 연구단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원리를 규명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금속 촉매는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기술처럼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핵심 물질로 쓰인다. 촉매 반응은 분자가 금속 표면에 부착하며 시작되는데, 이때 분자와 금속 사이의 결합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고성능 촉매 개발의 관건이다.

연구진은 백금 표면에 계단 형태의 구조를 만들어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계단 사이의 간격을 정밀하게 조절하며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일산화질소가 표면에 결합하는 강도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분자가 붙은 위치의 국소적 구조가 동일하더라도 멀리 떨어진 원자 계단의 위치에 따라 결합 세기가 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분자의 표면 안정성을 좌우하는 유의미한 변화였으며, 영향력의 범위는 원자 수십 개를 늘어놓은 거리인 약 4~7㎚에 달했다.

'전자 바다'를 통한 신호 전달과 새로운 설계 모델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금속 내부를 흐르는 전자의 독특한 특성에서 기인한다. 분자 내 전자는 특정 영역에 머무는 경향이 있지만, 금속의 전자는 특정 원자에 국한되지 않고 넓게 퍼져 있는 '전자 바다'와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 분자가 금속 표면에 닿으면 분자의 전자와 금속의 전자 바다가 상호작용하며 신호를 주고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 ㎚ 떨어진 원자 구조의 정보까지 전달되어 최종적인 결합 세기가 결정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분자별로 영향력이 미치는 거리가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프런티어 오비탈-밴드 모델'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는 분자마다 전자의 에너지 상태와 분포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금속의 전자 상태와 맞물릴 때 발생하는 영향의 범위도 달라진다는 논리다. 실제 실험에서 일산화질소는 약 4.3㎚, 암모니아는 약 7.1㎚까지 그 영향력이 확장됨을 확인했다.

플로리안 니츠 막스플랑크 다학제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성과가 표면 화학을 이해하기 위해 화학적 관점과 금속의 전자적 특성을 다루는 물리학적 관점을 통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그룹리더 또한 과거의 촉매 개발이 수많은 시행착오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화학 반응 원리를 바탕으로 원하는 특성을 미리 계산하고 정밀하게 설계하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