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는 주거지, 3기 신도시의 그림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조성을 서두르고 있으나, 산업시설 조성과 기업 유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거 단지와 자족 시설 사이의 공급 시차가 벌어짐에 따라, 3기 신도시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단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일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의 지구계획 변경이 승인되면서 약 54만7000㎡ 규모의 기업이전단지 사업 기간이 2026년 말에서 2028년 말로 2년 연장되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이미 2022년에 약 300여 개의 기업이 이전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들이 2027년까지 입주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사업 지연의 핵심 원인은 기업이전단지 지정 시점이 공동주택 본단지보다 평균 3년가량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보상 및 이주 절차의 병목 현상이다. 하남시의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기업이전단지 토지 보상률은 85%를 달성했으나 지장물 보상률은 42.7% 수준에 머물러 있어 철거와 공사가 연쇄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계약 '0건' 계양부터 유보지 많은 창릉까지
인천계양 테크노밸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1년부터 KT, CJ, LG유플러스, MBC 등 6개 기업으로부터 투자의향서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체결된 실제 투자 계약은 전무하다. 인천시에 따르면 KT는 2024년 조직 개편 등을 이유로 입주를 미룬 상태다. 높은 산업용지 분양가와 부족한 교통 인프라가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으며, 오는 12월 첫 아파트 입주를 앞둔 계양의 도시첨단산업단지(약 75만7000㎡)는 지난 8월 말에야 계획 승인을 마쳤다.
고양창릉 역시 기업 유치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고양시의회에서는 기업 유치 관련 업무가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어 통합적인 실적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꼬집었다. 고양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창릉의 자족용지 약 112만4000㎡ 중 35.2%에 해당하는 39만6000㎡는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유보지'다. 연구원은 만약 이 유보지가 주택용지로 전환될 경우, 자족용지 비율이 기존 14.2%에서 9.2%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차질과 부천대장의 희망
남양주왕숙은 대기업 투자를 이끌어냈으나 실행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카카오는 지난해 6월 경기도, 남양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약을 맺고 약 6000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약속했다. 이는 안산 한양대 ERICA 캠퍼스에 위치한 센터에 이은 카카오의 두 번째 데이터센터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산업단지 행정 절차가 늦어지며 올해 착공이 불투명해졌고, 최근 남양주시가 LH에 토지 공급 조건 재검토를 요청하며 사업 방향이 변수를 맞았다.
반면 부천대장지구는 3기 신도시 중 유일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LH와 부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DN솔루션즈 등 4개 기업이 13만2432㎡ 규모의 산업용지에 대해 입주 및 토지매매계약을 마쳤다. 계약 규모는 약 4100억원으로 전체 산업용지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며, 이들 기업은 2030년까지 총 2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자족 기능 약화 우려와 전문가 경고
3기 신도시는 직주 근접을 위해 자족용지 비율을 13.8%로 설정했다. 이는 1기 신도시(7.7%)와 2기 신도시(6.7%)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그러나 기업 유치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정부가 자족용지를 주거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이러한 용도 전환이 앵커기업 유치를 방해하고 직주 분리를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의 규모적 한계를 지적하며, 자족도시로서의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기존 신도시들처럼 베드타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