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악액질 완화할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탄생
암 환자의 식욕 부진과 더불어 근육 및 지방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 후보가 새롭게 개발되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소비를 비정상적으로 촉진하고 식욕을 떨어뜨리는 신호를 차단하여 '암 악액질'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암 악액질이란 암 환자가 충분한 음식을 먹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줄고 신체 조직이 소실되는 증상을 의미한다.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 연구팀은 의과학대학원 송민호 교수 연구팀과 협력하여 암 악액질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항체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항체는 특정 물질을 표적으로 삼는 단백질로, 이번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신체를 쇠약하게 만드는 특정 신호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개발된 물질의 효과를 생쥐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신호 전달 경로 차단하는 혁신적 메커니즘
단순히 입맛이 없거나 적게 먹어 살이 빠지는 것과 암 악액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는 신체의 영양 활용 방식과 에너지 대사 과정이 변질되면서 근육과 지방이 파괴되는 합병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영양 공급만으로는 회복이 어렵고, 환자의 항암 치료와 일상 유지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
연구팀은 암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 내 GDF15 단백질이 증가하면, 이것이 뇌간의 GFRAL 수용체와 결합해 식욕 저하 및 과도한 에너지 소모 신호를 전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GFRAL은 신호를 받아들여 신체 변화를 유도하는 '수신기'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혈액 속의 GDF15를 직접 잡는 대신, 신호 수신처인 GFRAL 수용체에 항체를 결합시켜 신호 전달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동물 실험서 확인된 체중 및 악력 개선 효과
공동연구팀은 항체와 수용체가 결합하는 입체 구조를 분석하여 작동 원리를 규명했으며, 이를 통해 항체의 효율적인 생산과 안정적 유지 방법까지 확보했다. 대장암 세포를 이식해 악액질을 유도한 생쥐 실험 결과, 항체를 투여한 그룹은 음식 섭취량이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종양 무게를 제외한 체중이 대조군보다 약 20% 높게 나타났다. 근육과 지방의 손실 역시 줄어들었다.
신체 기능의 지표인 악력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이 관찰되었다. 항체를 투여받은 생쥐의 악력은 투여하지 않은 쥐보다 30%가량 높았으며, 이는 정상 생쥐의 90%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다. 또한 항체 투여는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동을 억제했다. 이는 단순히 먹는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몸이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는 악순환을 끊어냈음을 의미한다.
임상 시험을 통한 치료제 상용화 목표
이번에 개발된 물질은 종양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암으로 인해 신체가 무너지는 과정을 방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팀은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추가 검증을 거쳐 안전성과 효능을 확립할 계획이다. 김호민 교수는 이번 연구가 암 악액질의 신호 차단 원리를 밝히고 실험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하며, 환자가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을 보존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