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무너진 캐나다의 독자 생존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가 경색된 캐나다가 2004년 이후 23년 만에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을 수립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경제적 안보와 국가 안보 사이의 구분이 사실상 소멸했다고 선언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국가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첨단 기술과 핵심 광물, 방위산업을 비롯해 에너지, 교통, 제약·바이오, 식량 안보, 금융 시스템 등 총 8개 분야를 국가의 전략적 역량으로 명시한 데 있다.
카니 총리는 지난 10월 29일(현지시간), '더 강한 캐나다를 위한 계획(The Plan for a Stronger Canada)'이라는 명칭의 안보 전략을 공개했다. 이는 국제 질서의 불안정성과 권위주의 국가들의 위협, 그리고 급증하는 사이버 공격 및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캐나다 정부는 국가의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 이번 전략의 모든 초점을 맞췄다. 특히 경제 안보를 국가 안보의 근간으로 삼아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우주 기술,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외교적 측면에서는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협력 파트너를 다변화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예민한 시점에서 상호 존중과 주권을 중시하는 관계를 강조한 점이 특징적이다. 캐나다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신규 협력국을 발굴하는 동시에, 유럽 및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경제·안보 협력도 넓혀갈 계획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북극권 주권 수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캐나다군의 재건과 방위산업 기반 강화를 추진한다. 이에 따라 2025~2026 회계연도 국방비를 GDP의 2% 수준으로 상향했으며, 2035년까지 나토(NATO)의 GDP 대비 5% 국방 투자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토대로 하이브리드전에 대응할 전력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방위산업을 육성해 무기 조달 능력을 높인다. 아울러 파이브아이즈(Five Eyes)와의 협력을 강화해 사이버 공격과 간첩 활동,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는 정보 역량 현대화도 병행한다.
스타링크 서비스 제한 사태가 불러온 우주 산업의 신뢰 위기
미국 국방 매체 디펜스 원은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던 스타링크와 군사용 스타쉴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그 이유에 대해 번복하는 행태가 미국 우주 산업과 외교적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스페이스 X의 스타링크와 스타쉴드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으나,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던 10월 14일부터 약 10일간 서비스 속도 제한이 적용되었다. 이로 인해 고속 이동 중인 드론 통제에 차질이 생기며 일부 공격 임무가 실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운용이 이용 약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부인하며 논란이 확산되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정책 문제를 넘어 국가 간 안보 협력의 신뢰 문제로 번졌다. 서비스를 지원하던 독일 외무장관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정상적인 서비스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캐나다 총리 역시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 속에서 내려진 이번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 상원의원들 또한 국방부에 스타쉴드 계약 확대와 안정적인 통신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경쟁국과 동맹국들이 독자적인 위성통신망을 구축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유럽은 유텔셋 원웹(Eutelsat OneWeb), SES, 이리듐(Iridium) 등의 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으며, 우크라이나 역시 덴마크의 곰스페이스(GomSpace)나 핀란드의 노키아, ICEYE 등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는 과거 미국이 인도에 GPS 접근을 제한했을 때 인도가 독자 체계를 구축했던 사례처럼, 특정 기술에 대한 의존이 전략적 취약점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ISR 위성 함대 급증과 우주 안보의 변화
미 국방정보국(DIA)은 10월 27일 발표한 '우주 안보에 대한 도전'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18년 이후 정보·감시·정찰(ISR) 위성 함대를 3배나 늘렸다고 밝혔다. 2026년 7월 기준 중국의 ISR 위성은 광학 및 합성개구레이더(SAR) 영상 위성과 신호 정보 수집 위성을 포함해 510기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 네트워크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과 동맹국을 감시하고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상용 위성들도 군민융합 정책에 따라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클레이튼 스워프 부국장은 중국의 위성 네트워크가 기존 미국의 은닉성 우위를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주는 이제 단순한 지원 영역을 넘어 지상과 해상 작전을 직접 연결하는 전투 공간이 되었다. 다만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토드 해리슨은 수치 자체의 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위성이 2018년 141기에서 541기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최근 증가 속도는 완만해진 반면 미국의 ISR 위성 또한 같은 기간 298기에서 643기로 늘어나며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핵심은 중국이 특정 지역 내에서 센서와 타격 체계를 통합한 킬체인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