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달러 탈취 배후로 지목된 북한 정예 해킹 부대

가상자산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바이낸스 해킹 사건의 유력한 범인으로 북한이 지목되며 안보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낸스에서 60억 달러가 넘는 가상화폐를 빼앗은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고 발표했다. FBI는 이번 범행을 주도한 조직으로 북한의 해킹 세력인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특정했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탈취한 자산을 이더리움 등으로 환전하는 정황을 포착했으며, 탈중앙화금융(DeFi) 플랫폼과 즉시 교환 서비스를 활용해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로 바꾸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자금 세탁을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트레이더트레이터는 북한의 핵심 해킹 조직이다. 이들은 지난해 바이비트 거래소에서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자산을 탈취한 사건의 주범이기도 하다. 정보당국은 북한 정찰정보총국 등이 수십 년 동안 컴퓨터공학 전공의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이러한 정예 해킹 부대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가상자산 탈취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금 세탁이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2024년 유엔 패널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전체 외화 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7월 일본, 독일, 영국 정부와의 공동 발표에서 북한이 국제 제재를 피하고 탄도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자산 탈취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술 결합한 위장 취업과 사회공학적 공격

북한 해킹 조직의 공격 방식은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며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FBI가 지난달 13일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이들은 타국 기업에 원격 IT 인력으로 위장해 취업하거나 사업 파트너로 가장해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조직 내부로 침투한다. 이는 시스템 자체보다 사람의 심리를 공략하는 ‘사회공학적 접근’ 방식이다. 특히 AI를 활용한 목소리와 얼굴의 위·변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수법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보안기업 슬로미스트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한 기업으로부터 소프트웨어 오류 수정 업무를 수주한 뒤 겉으로는 정상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척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악성 코드를 심는 방식을 사용했다. 슬로미스트의 보안 운영 리드인 리사 자오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속아 넘어간 기업 직원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관련 기록을 지우거나 보고를 지연하면서 사후 대응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화된 대규모 공격과 급격한 자금 세탁 속도

해킹 기술의 진보로 인해 공격의 규모와 속도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과거 북한 해킹 조직이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5~10개의 표적을 집중 공격했다면, 최근에는 AI를 동원해 동일 기간 내 50~100개의 공격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자금 세탁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던 배경에는 자동화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공격자들이 자금을 단순히 이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가상지갑 사이에서 수천 건의 자동화된 거래를 단시간에 발생시켜 추적을 피했다고 분석했다. FBI는 북한의 공격 범위가 자산 탈취를 넘어 금융 및 기술 기업의 기밀 정보 탈취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번 바이낸스 해킹의 배후가 북한인지 확정할 수는 없으나,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