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들어진 가짜 북한군, 한국 배우 얼굴 도용 논란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밀착됨에 따라 양국 간의 문화적 교류도 빈번해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쟁에 참전한 내용을 담은 영화 제작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군을 연기하는 인물로 한국 배우의 얼굴을 무단 사용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의 한 독립 방송매체가 SNS를 통해 공개한 이 영화 예고편에는 러시아의 평범한 남성이 강제로 끌려가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으며, 이어 익숙한 억양의 대사가 흘러나옵니다. 영상 속에는 "그건 너의 전쟁이 아니야. 거기엔 제가 필요해요"라는 대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후 장면은 팔에 인공기 표식을 단 군인이 러시아 남성을 구조하는 모습으로 전환됩니다.

쿠르스크 탈환전 그리는 영화, 정치적 민감성 무시한 제작사

현지 시각으로 지난 13일, 러시아 문화부의 영화 제작 지원 심사 과정에서 한 제작사가 이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 수자 지역입니다. 해당 작품은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협력하여 이곳을 다시 탈환하는 과정을 묘사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북한군 병사를 묘사하기 위해 제작사가 활용한 인물이 바로 한국 배우라는 점입니다. 이 배우는 해당 영화에 출연한 사실이 없으며 제작 참여에 동의한 적도 없습니다. 조사 결과, 러시아 제작사가 오디션 영상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해 예고편을 무단으로 생성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북러의 결속을 강조하려는 영화에 남한 배우의 외형을 빌려 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남북 관계의 정치적 민감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결과로 보입니다.

반복되는 러시아의 어설픈 행보, 속도 못 따라가는 이해도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는 유쾌하지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 측의 이러한 미숙한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9월 5일 열린 북한과 러시아 간의 두만강 자동차 다리 개통식에서도 검문소 표지판의 국가 표기를 북한식인 '로씨야'가 아닌 남한식인 '러시아'로 기재하려다 중단된 정황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 당국 사이의 밀착 행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지만, 한반도 정세에 대한 현지의 이해도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치적·문화적 맥락을 놓친 여러 해프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양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