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형 독점 아닌 다양한 HPV 유전자형 확인

구인두암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6형이다. 그러나 국내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16형이 아닌 다른 유전자형에 감염된 사례가 4명 중 1명꼴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와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진시연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인 ‘임상·실험 이비인후과학(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게재했다고 29일 공표했다. 연구진은 지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HPV 양성 반응을 보인 구인두편평세포암 환자 중, 유전자형이 명확히 규명된 174명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목구멍 안쪽의 구인두 부위에서 발생하는 구인두암은 편도암이나 혀뿌리(설근부)암을 포함하며, 주로 구인두 점막의 편평세포에서 기인한다. 과거에는 주로 음주와 흡연이 발병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나, 최근에는 HPV 감염에 의한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100여 종이 넘는 HPV는 성인 대부분이 평생 한 번은 접촉할 정도로 흔하지만, 특정 고위험 유전자형이 체내에 잔류할 경우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 특히 16형은 HPV 양성 구인두암 환자군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유형으로 통한다.

유전자형에 따른 생존율과 전이 정도의 격차

기존의 많은 연구가 주로 16형에만 초점을 맞추어 온 탓에, 그 외 다양한 유전자형이 구인두암의 증상이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국내 환자들의 유전자형 분포와 그에 따른 임상적 차이를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분석 결과, HPV 16형이 아닌 다른 유형에 감염된 환자 비율은 25.3%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서구권의 보고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전자형별 분포는 16형이 74.7%로 가장 많았고, 33형(6.3%), 35형(4.6%), 58형(3.4%), 18형(3.4%)이 그 뒤를 이었다.

유전자형에 따라 암의 전이 상태와 생존율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관찰되었다. 33형 감염 환자의 경우 16형에 비해 진단 당시 림프절 병기가 더 높게 나타나 목 주변 림프절 전이가 더 심각한 상태였다. 또한 35형 감염 환자는 16형 환자군보다 전체 생존율이 더 낮게 나타났다. 한편, HPV 양성 구인두암 환자 중 90.8%는 남성이었으며, 이러한 남성 중심의 경향은 모든 유전자형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지난 5월부터 국내 HPV 예방접종 지원이 여성 위주에서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된 점을 언급하며, 남성 또한 HPV 관련 질환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 전환 및 정밀한 임상적 접근의 필요성

진시연 교수는 33형과 같은 고위험 유전자형이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 사용되는 4가 백신(6·11·16·18형 대상)이 9가 백신(31·33·45·52·58형 추가 포함)으로 전환된다면 예방 효과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차원재 교수는 수술 기법과 방사선 및 항암치료의 발전, 다학제적 접근의 정교화로 인해 HPV 양성 구인두암의 전반적인 치료 성적은 향상되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가 유전자형에 따른 임상적 특성과 예후의 차이를 더욱 세밀하게 파악하는 기초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