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고령화와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위기가 국가적 난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공학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에 국내 공학계의 석학들이 향후 10년 동안 대한민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질문 10가지를 도출해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대한민국 공학의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 과제들을 담은 '한국 공학의 빅 퀘스천(Big Question) 10'을 선정했으며, 이를 오는 30일 국회에서 공식 발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미래 유망 기술의 순위를 매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와 산업이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공학적 관점에서 재정의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한림원은 8개 전문 분과에서 올라온 55개의 후보를 바탕으로 전문가 심사와 회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산업·경제적 파급력과 미래 지향성, 사회적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10개 질문을 확정했다.

4대 분야로 분류된 공학적 해법

선정된 과제들은 지능과 반도체, 생명과 소재, 에너지와 인프라, 혁신시스템과 사람이라는 4개 핵심 분야로 체계화되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해야 할 분야를 비롯해, 자율형 AI의 통제 및 책임 문제, 그리고 인간과 협업하는 피지컬 AI의 안전성과 생산성 확보를 위한 4개 과제가 포함되었다.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인간과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 질문으로 다뤄졌다.

고령화 대응과 에너지 자립 및 인재 양성

생명과 소재 분야에서는 노화와 치매 문제에 대응하여 인류의 건강수명을 연장할 기술이 논의되었으며, 석유 및 핵심 광물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소재 개발과 자원 순환 기술이 주요 과제로 선정되었다.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에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노후화된 국가 인프라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는 전력 수요 급증과 탄소 중립 요구에 대응하면서도, 기후 재난 상황에서 도로와 교량 등 필수 시설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혁신시스템과 사람 분야에서는 차세대 주력 산업의 육성과 공학 인재 양성이 강조되었다. 연구개발(R&D) 성과가 실제 사업화와 대량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과 더불어, AI가 설계와 실험을 수행하는 시대에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공학자를 길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한림원은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1회 '공학인의 날' 행사에서 이 10대 질문을 발표한다. 해당 행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한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피지컬 AI와 미래 산업기술 육성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이번 발표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이를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함께 고민하는 공동 의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