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100만 대 돌파한 제네시스, GV90로 글로벌 시장 승부수
국내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온 제네시스가 초대형 전기 SUV인 GV90을 통해 글로벌 럭셔리 시장 공략에 나선다.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독자적인 플랫폼과 차체 구조, 첨단 안전 및 제조 기술을 결합해 브랜드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28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GV90 테크 데이'를 개최하고, 핵심 기술력과 그간의 개발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연구개발 및 제조를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 12명이 참석해, 콘셉트카의 디자인과 공간적 특성을 실제 양산 모델로 구현해낸 공학적 과정을 설명했다.
GV90은 제네시스의 주력 모델이 SUV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탄생한 최상위 라인업이다. 올해 1월 글로벌 누적 판매 150만 대를 넘긴 제네시스는 지난 3월 국내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 1~9월 기준 제네시스의 국내 판매량은 6만 2741대이며, 이 중 6만 2181대가 해외로 수출되었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의 국내 판매 및 수출 합계인 125만 8556대 중 9.9%에 달하는 수치다.
차종별 실적을 살펴보면 GV70(3만 8826대)과 GV80(3만 8246대)이 전체 제네시스 실적의 61.7%를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GV70(전동화 모델 포함)과 GV80이 1~9월 제네시스 소매 판매의 77.6%를 담당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B필러 없는 차체 구조와 혁신적 엔지니어링의 결합
이번 GV90은 국내에서 구축한 판매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증명할 시험대다. 행사에서는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새로운 차체 구조를 양산차 수준으로 구현해낸 엔지니어링 역량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B필러를 제거하고 앞뒤 문이 각각 독립적으로 개폐되는 '네오룬 아치 게이트'다. 제네시스는 리니어 모션 가이드를 적용한 '듀얼 모션 힌지'를 독자 개발하여, 70kg에 달하는 무거운 뒷문이 차체 밖으로 이동한 뒤에도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남진우 제네시스클로저설계팀 파트장은 스윙과 슬라이딩을 자동화하는 사례가 전무해 대학 기구학 교재와 가구 박람회까지 뒤져가며 연구했으며, 자동차 외부에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다.
B필러가 사라진 자리에 대한 안전 문제는 차체와 도어에 분산 배치해 해결했다. 도어 개구부에는 고강도 스틸 튜브를 삽입한 히든 롤케이지를 적용했으며, 도어 내부에는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과 상·하단 래치를 배치해 안정성을 높였다. 자체 시험 결과, 차량 지붕은 14톤 이상의 하중을 견뎌냈으며 시속 60km의 측면 직각 충돌 상황에서도 탑승객을 위한 320mm 이상의 생존 공간을 확보했다. 개발진은 일반적인 차량보다 약 3배 많은 충돌 테스트를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eMP 플랫폼과 세계 최초 루프 에어백 적용
GV90에는 제네시스 플래그십 전용인 eMP 플랫폼이 최초로 탑재됐다. 통합충전제어장치와 공조 장치를 전방 PE룸으로 이동시켜 평평한 실내 바닥을 구현했으며, 후방에는 모터, 서스펜션, 후륜 조향 장치를 입체적으로 배치한 '3차원 PE 모듈 구조'를 채택했다. 또한 차체 구조물의 72%를 알루미늄 경량재로 구성했으며, 서스펜션 연결 부위는 부품을 여러 개 접합하는 대신 하나로 만드는 할로우 캐스팅 공법을 사용해 강성을 극대화했다. 박지웅 바디아키텍처개발팀 팀장은 3톤이 넘는 차량이 충돌 시에도 설계대로 움직여 탑승객을 보호하는 것이 플래그십의 진정한 품격이라고 강조했다.
안전 기술의 정점은 세계 최초로 양산차에 적용된 루프 에어백이다. 전복 사고 시 천장을 따라 1400mm를 이동해 0.08초 만에 전개되는 이 시스템을 위해, 제네시스는 차량이 180도 이상 회전하는 가혹한 시험 환경을 구축하고 실차 40대와 에어백 단품 300회 이상의 테스트를 거쳤다. 손유지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공인 등급을 넘어 실제 사고 상황까지 완벽히 대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현대차그룹 최초의 모노튜브 타입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를 더해, 정성기 제네시스시험1실 실장은 플래그십 SUV임에도 날렵하고 평탄한 거동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교한 제조 공법과 장인정신의 집약
양산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제조 기술도 고도화됐다.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에는 렌즈를 차체 색상으로 도색한 후 발광 영역만 레이저로 정밀하게 깎아내는 '컷리스' 공법이 도입됐다. 16가지 외장 색상마다 레이저 출력과 가공 속도를 다르게 조정해 정밀도를 높였다. 울산 EV공장에는 AI 비전 검사 설비와 컬러 매칭 전용 공간이 마련되었으며, 외장 부품 15종이 차체 색상과 완벽히 일치하도록 색상당 48차례의 미세 조정 과정을 거친다.
GV90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쟁력이 생산 규모를 넘어 독자 플랫폼, 소재, 제조 공법, 소프트웨어 제어 기술로 진화했음을 상징한다. 국내 연구소의 기술력을 울산 EV공장의 양산 품질로 연결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다만 고가의 초대형 전기차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국내 중심의 판매 기반을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는 GV90이 수많은 개발진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며, 기술로 완성한 현대적 장인정신의 산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