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직접 업무 수행하는 '에이전틱' 시대 선언

오라클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업무를 능동적으로 대행하는 '에이전틱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새로운 전략을 추진한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시작으로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 플랫폼, 그리고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이르는 자사 기술 생태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여기에 AI를 결합해 기업 내부에서 실질적인 과업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도구로 전문가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에이전트 런타임인 '퓨전 클로'가 새롭게 등장했다.

마이크 시실리아(Mike Sicilia) 오라클 CEO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엑스포 센터에서 개최된 '오라클 AI 월드 2026' 기조연설을 통해 이러한 AI 애플리케이션 전략을 상세히 설명했다. 시실리아 CEO는 AI의 역할이 이미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현재 기업에 도입된 AI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끊임없이 가동되며 위험 요소를 포착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문제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즉, 비즈니스 현황을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에 발생할 사건까지 예측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는 판단이다.

데이터 맥락과 보안을 결합한 오라클의 AI 인프라

이러한 AI의 진화를 위해서는 네 가지 핵심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시실리아 CEO는 강조했다. 우선 AI가 기업 데이터에 접근할 때 적절한 보안 체계와 권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시스템 간 데이터 연결의 맥락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대규모 연산을 뒷받침할 고성능 인프라가 필수적이며, 최종적으로는 인간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AI가 작동해야 한다.

오라클은 이 네 가지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제품군을 함께 소개했다. 대규모 AI 연산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가 담당하며, 기업 데이터에 AI 기능을 직접 접목하는 역할은 '오라클 AI 데이터베이스'가 수행한다. '오라클 AI 데이터 플랫폼(AIDP)'은 기업 전반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온톨로지를 자율적으로 구축함으로써 AI에 지식의 맥락과 보안성을 제공한다. 여기서 온톨로지는 데이터 간의 관계와 의미를 체계화한 지식 구조를 의미한다. 시실리아 CEO는 OCI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이 실제 업무의 현장이며, 데이터 관리부터 핵심 워크로드 구동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력이 오라클의 독보적인 강점이라고 역설했다.

'퓨전 클로'가 가져올 소프트웨어 활용 방식의 변화

오라클은 AI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는 인간이 소프트웨어의 구조에 맞춰 어떤 앱을 열고 정보를 찾을지 고민해야 했으나, AI가 기업의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 이러한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사용자가 결과값만을 요구하면 시스템이 스스로 최적의 작업 방식을 찾아 처리하는 구조로 변하는 것이다. 시실리아 CEO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다루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소프트웨어가 사람을 위해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전은 '퓨전 클로'를 통해 구체화된다. 거버넌스 기능이 적용된 에이전트 실행 환경인 퓨전 클로는 재무 분석가나 공급망 계획 담당자의 최적화 업무를 대신한다. 실제 선적 부하 계획 시연 결과, 클로는 주문, 선적, 장비, 출하일 제약 등을 종합 고려하여 트럭 적재율을 61%에서 88%로 끌어올리고 5만8000달러의 비용 절감안을 제시했다. 한도를 초과하는 5건의 과업은 담당자에게 검토를 요청했으며, 실행 후에는 모든 절차와 수행 내용을 담은 '성과 영수증'을 생성했다. 현재 오라클은 75개의 패키지 에이전틱 애플리케이션 중 25개에 클로를 적용한 상태다.

신뢰성과 기업별 맞춤형 AI 전략

AI가 담당하는 업무 범위가 넓어질수록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시실리아 CEO는 덧붙였다. 의료 분야 에이전트는 환자 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야 하며, 주문 에이전트 역시 정해진 구매 권한 내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인간의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여전히 책임자에게 남겨둔다. 또한 그는 기업마다 데이터 구조, 인력, 비용 체계가 다르기에 모든 기업에 동일한 AI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AI가 각 기업의 고유한 업무 방식을 깊이 이해할수록 그 효용성이 커지며,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수행하던 복잡한 업무도 AI를 통해 간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라클은 클로 외에도 자연어 지시가 가능한 '퓨전 컴패니언'과 오픈소스로 공개된 '퓨전 설정·구성 레지스트리'를 함께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