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스타들의 곡이 AI 학습용으로 무단 활용됐다
음악 생성 인공지능(AI) 개발사인 수노(Suno)가 싸이와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유명 아티스트들의 음원을 허가 없이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정황이 미국 법원 소송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이는 유니버설과 소니 계열의 음반사들이 지난달 수노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 과정에서,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저작권 침해 녹음물 리스트'를 분석하며 밝혀진 사실이다.
유니버설과 소니 측이 침해를 주장하며 명시한 곡은 총 6만 202곡에 달한다. 이 목록에는 싸이의 히트곡인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은 물론, BTS가 참여한 '배드 디시전스(Bad Decisions)'와 '웨이스트 잇 온 미(Waste It On Me)'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BTS의 참여곡들은 베니 블랑코, 스눕독, 스티브 아오키 등과의 협업 결과물이다. 또한 윌아이엠의 '겟틴 덤(Gettin’ Dumb)'에 투애니원(2NE1)이 참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1곡당 2억 원 청구…수노의 '공정이용' 주장과 충돌
이번 법적 분쟁은 2024년 6월 유니버설, 소니, 워너 등 글로벌 3대 음반사가 원고로 나서며 본격화됐다. 워너는 이미 수노와 합의를 마쳤으나, 유니버설과 소니는 지난달 추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 곡 한 곡당 15만 달러, 한화로 약 2억 원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882페이지에 이르는 6만여 곡의 침해 목록을 제출했다. 해당 자료는 미국 민사소송의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를 통해 유니버설과 소니 측이 수노의 소스코드 및 학습 데이터를 직접 검토하여 작성한 것이다.
다만 목록에 포함된 6만여 곡이 수노가 학습한 전체 데이터셋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리스트는 유니버설과 소니가 미국 내 저작권을 보유하거나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곡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포함된 이유는 과거 YG엔터테인먼트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해외 지역의 음반 유통권을 유니버설에 위탁했기 때문이다. 수노는 지난 20일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YT-DLP 프로그램을 활용해 유튜브에서 수천만 건의 오디오 데이터를 내려받았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AI 학습 행위는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 음악계의 대응과 글로벌 저작권 소송 현황
BTS와 싸이 외에도 수많은 K팝 음악이 수노의 학습에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국내 음반사들이 직접 소송에 나서기 전까지는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까지 한국 음반사와 소속사들의 구체적인 대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7일, 상당한 양의 음악 저작물이 AI 학습에 쓰였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권리 보호를 위해 필요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 없는 AI 학습에 대한 글로벌 소송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3일에는 어센틱 브랜드 그룹이 AI 기업 앤트로픽을 상대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곡을 무단 학습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독일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이어졌다. 독일 음악저작권단체(GEMA)가 수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독일 법원은 AI 학습이 '공정이용'이라는 수노의 주장을 기각하며 지난 7월 1심에서 대부분 승소 판결을 내렸다. GEMA는 오픈AI를 상대로 한 독일 노래 가사 무단 학습 소송에서도 지난해 11월 1심에서 대부분의 주장을 인용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