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와 논쟁이 만드는 인류의 진보
인공지능(AI)은 오류를 범하는 일이 드물다. 설령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전달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인간처럼 상대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지는 않는다. 반면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즉각 수정하기보다 논쟁하며 맞서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고집을 부리는 인간이 AI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볼 수 있을까.
'허삼관 매혈기'의 저자 위화는 인류가 지닌 위대함의 근원이 바로 '잘못을 저지르는 특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접하는 진리라는 것들은 본질적으로 모두 오류를 거치며 발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언가 잘못된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진리에 도달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논리다.
위화는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현상을 예로 들어 AI와 인간의 사고 차이를 극명하게 대비했다. AI의 관점에서는 사과가 단순히 낙하한 사실로만 인지되지만, 뉴턴의 관점에서는 이를 지구의 중력이라는 거대한 원리로 확장했다. 그는 AI의 사고가 프로그램의 경계 내에 갇혀 있는 반면, 인간의 사고는 그 틀 밖으로 뻗어 나가며 기술의 진보와 위대한 발견을 이끌어낸다고 강조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보어의 양자역학 역시 프로그램 외부의 이론적 도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AI 문학의 위험성과 저작권 침해 논란
위화는 출판인회의가 새롭게 선보인 웹진 '아시아 출판 인사이트'를 통해 'AI는 삶을 경험하는가'라는 주제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AI가 작가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미국 언론의 예측에 따르면 작가는 AI로 대체될 직종 순위에서 중간 정도에 머물렀다. 위화는 AI가 인류를 대체할 조짐을 보지 못했다며, 작가 차례가 오기 전에 다른 수많은 직업의 추도식에 먼저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농담 섞인 말을 던졌다.
다만 그는 AI를 활용해 문학적 글쓰기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AI가 생성하는 문장들은 타인의 글에서 추출된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칫하면 다른 이의 문체와 유사해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문장을 마치 공공재처럼 느끼게 만드는 환상을 심어주어, 사유재를 공유제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영석 엘스비어 회장(전 국제출판협회 회장) 역시 기고문을 통해 AI 빅테크 기업들의 무단 학습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AI 학습이 반드시 저작권자의 허락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미 AI 기업을 상대로 타 출판사들과 함께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 회장은 출판계가 정성껏 만들어낸 양질의 콘텐츠가 저작권자의 보상이나 허락 없이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편집 기준에 따른 검증이나 저자 및 출처 명시 같은 필수 절차들이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서재가 비어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질 낮은 콘텐츠들이 서가를 채우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상 체계가 무너져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신뢰할 만한 글로 통용된다면, 모델 개선을 위해 필요한 고품질의 창작물 공급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2026 아시아 출판 주간 개최 안내
이번 웹진은 출판인회의가 오는 11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인 '2026 아시아 출판 주간'을 앞두고 공개되었다. 이번 행사는 'AI 시대의 출판,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를 대주제로 삼고 있으며, 전 세계 7개 지역에서 선발된 11명의 출판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인다. 참석자들은 AI 저작권 분쟁과 기술 도입에 따른 실무적 대응 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