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악의 급습과 저작권 공백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생성된 음악이 시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인간의 창작 기여도를 판별하고 권리를 보장할 명확한 '신탁등록 기준'이 부재해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100% AI가 생성한 이른바 '딸깍 음악'을 마치 인간의 창작물인 것처럼 속여 등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제도적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언에 따르면, 최근 수노(Suno)나 유디오(Udio) 같은 AI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제작된 곡들이 대중음악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조선힙합의 '마음의 숲'이 멜론 톱100 차트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차트 2위까지 기록했다. 유튜브 내에서도 AI 음악 플레이리스트의 소비가 활발하며, 현직 작사 및 작곡가들 또한 AI를 제작 보조 도구로 도입하는 추세다.
무너진 등록 기준과 기만적 행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지난 8월, 인간의 실질적인 창작 기여분을 인정하고 100% AI 생성물은 배제하는 'AI 활용 음악 신탁등록 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회적 공론화가 부족하다는 권고를 받은 뒤, 불과 22일 만에 해당 기준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현재 명확한 등록 기준이 사라지면서 AI로 제작된 음악은 저작권을 정식으로 등록할 길이 막힌 상태다.
반면 AI 활용 사실을 은폐한 채 인간의 저작물로 위장 등록한 것으로 의심되는 음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실정이다. 음저협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딸깍 음원' 의혹으로 신고된 사례는 총 802건에 달하며, 이들 저작물에 지급된 저작권료 규모는 205억 원을 상회한다. 박성일 음악감독은 AI 생성물을 인간의 작업물로 둔갑시켜 허위 등록하는 기만적인 사업자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행위가 기존 창작자들의 수익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기준과 제도 마련의 시급성
해외의 경우 미국 방송음악가협회(BMI)를 비롯해 영국의 음악저작권협회(PRS), 독일의 음악저작권협회(GEMA) 등은 이미 AI를 활용하더라도 인간이 직접 창작에 참여한 부분에 대해 권리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등록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김현숙 디지털지식재산연구소 소장은 AI 활용 사실을 투명하게 신고한 창작자는 등록이 보류되어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는 반면, 이를 숨기고 활동하는 이들이 오히려 수익을 챙기는 불합리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허위 등록 등의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만큼, 관련 규정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