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 상담과 업무 효율화의 결합

금융권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 경쟁이 한층 심화되는 양상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AI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상담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출 심사와 같은 핵심 금융거래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은행원들은 고객 개개인의 금융 요구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고객은 AI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복잡한 업무를 간편하게 해결하는 방식이 금융 현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28일 서울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AI 전략과 서비스 현황을 살펴본 결과 고객별 맞춤 상담을 위한 기술 활용이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신한은행이 선보인 ‘자산관리 에이전트’는 시장 상황과 자산 현황에 대한 AI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직원에게 적절한 금융상품을 추천한다.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원은 월간 약 1,100명 규모에 이른다.

대화형 AI와 기업금융 지원 서비스의 진화

우리은행 역시 개인 자산관리 전문가(PB)와 기업금융 담당자(RM)를 지원하기 위한 단계적 도입을 준비 중이다. AI가 시장 및 금리 흐름을 예측하고 고객의 과거 이력을 분석하여 제안서 작성을 돕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업무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고객의 모바일 앱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KB스타뱅킹’에 대화형 인터페이스인 ‘KB AI’를 적용했다. 사용자가 “아들한테 용돈 10만원 보내줘”와 같이 일상적인 말투로 명령해도 즉시 이체 화면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하나은행의 ‘하이챗봇’은 기업 고객을 위한 전용 서비스로 영역을 넓혔으며, ‘우리WON뱅킹’ 앱에는 AI자산상담전문가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용자는 자산 및 시장 관련 질의를 던진 후 오프라인 전문가와 상담을 연결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고령층 고객이 금융 상담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큰글도우미’ 서비스를 운영하며 접근성을 높였다.

기술 도입의 성과와 남겨진 과제

은행권이 체감하는 AI 도입의 가장 큰 성과는 업무 처리 시간의 획기적 단축이다. 하나은행은 기업 신용평가 심사 의견서 초안 작성 시간을 기존 30분 이상에서 단 10초로 줄였으며, KB국민은행은 PB와 RM 등을 위한 금융상담 에이전트를 통해 업무 시간을 최대 70%까지 단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AI의 효율성이 실제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 증대로 직결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기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을 관리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서비스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뢰가 생명인 금융업의 특성상 강력한 보안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고객 편의를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