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방과 근육이 보내는 위험 신호

특별한 이유 없이 식사량이 줄지 않았음에도 체중이 감소한다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기 약 3년 전부터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이 훨씬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네덜란드 레이던대 의학센터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췌장암 진단 전 나타나는 체성분의 변화를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연구진은 2002년부터 2020년 사이 췌장암의 주된 형태인 췌관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 1825명과 대조군 3650명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영상 분석 기술을 투입해 진단 시점으로부터 최대 3년 전까지의 피하지방, 내장지방, 골격근의 변동 추이를 추적했다.

지방 감소와 근육량 변화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 췌장암 환자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진단 전 3년 동안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기서 내장지방은 복부 내 장기 주변에 쌓이는 지방을 의미하며, 피하지방은 피부 아래 진피와 근육 사이에 위치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지방을 뜻한다. 이와 동시에 근육량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포착되었다. 특히 췌장암 진단 전 1년 동안은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의 골격근량 차이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 암 발병 전 신체 조직의 변화가 선행된다는 점을 증명했다.

조기 진단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

연구팀은 이러한 체성분의 변화가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기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발견이 까다로운 췌장암의 특성상, 기존에 촬영된 CT 영상 속 지방량과 근육량의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것만으로도 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메이요클리닉 소화기내과 얀 비 박사는 췌장암이 매우 조용히 진행되어 발견이 어렵지만, 정기적인 CT 촬영을 통해 진단 전 발생하는 생리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월리스 박사 또한 일상적인 CT 촬영 과정에서 암과 관련된 체성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으며, 이는 암이 없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변화와는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과거 기록을 바탕으로 한 후향적 연구인 만큼, 실제 임상에서 조기 진단 도구로 쓰이기 위해서는 보완적인 추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췌장학(Pancreat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