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진행된 국가정보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중국 방문이 북미 간의 대화와 관련한 북한 측의 속내를 중국 지도부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오는 11월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시점을 전후하여 북미 관계의 국면 전환을 꾀하며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선희 외무상 동행에 담긴 외교적 의도
국민의힘 소속 유영하 의원은 이날 서울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의 분석 내용을 공유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최근 비외교적 정치 행사에서도 최선희 외무상을 빈번하게 대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이번 방중 과정에서도 최 외무상을 지속적으로 부각한 행보는 북미 회담을 앞두고 심도 있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이달 15일 공식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이용해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당일치기로 방문했다. 6·25전쟁 참전 기념일인 항미원조기념일(10월 25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의 전격적인 방문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중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했으나, 국정원은 이번 방문의 실질적 성격이 북미 대화에 대한 사전 조율에 있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군부 대신 외교 라인 집중된 방문단 구성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역시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전달했다. 윤 의원은 김 위원장의 수행 인원 구성이 항미 원조 기념이라는 방문 명분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만약 항미 원조를 강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군부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었어야 하나, 실제로는 최선희 외무상을 비롯한 외교 간부들이 주를 이루는 방문단이 꾸려졌다는 것이다. 중국 측 역시 왕이 외교부장 등 외교 라인이 주로 참석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정원은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이번 방중에 항미 원조 기념 외에 다른 숨겨진 목적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대화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서로 이견을 보이며 접촉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북한이 아펙 정상회의 전후로 대화 국면이 바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영접 인물 교체 배경에 대한 파악
한편, 김 위원장이 방중 당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아닌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접견한 경위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설명을 덧붙였다. 국정원은 당초 리창 총리가 영접할 예정이었으나, 공산당의 오전 일정 등으로 인해 영접 대상이 교체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