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CATL 성장세와 배터리 시장의 변화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의 수익 증가율이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생존 전략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완만해지는 추세 속에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생산 기반을 넓히고 수주 역량을 집중하며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CATL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212억 4600만 위안(약 4조 213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58.6% 증가한 1652억 2100만 위안(약 32조 7683억 원)을 달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이번 순이익은 시장의 예상치였던 약 260억 위안을 크게 밑돌았으며, 1분기(48.6%)와 2분기(36.4%)의 순이익 증가율과 비교해도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이는 2024년 4분기(13.6%)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 수치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총이익률 또한 20.7%로 나타나 전년 동기(25.8%)보다 5.1%포인트 하락하며 2022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 4420억 위안, 순이익 645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와 31.6% 성장했으나, 실적 발표 이후 CATL의 주가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격화되는 경쟁과 ESS로의 전략적 전환
업계에서는 배터리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저수익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진 점과 더불어 중국 내 배터리 소비세 재도입,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 규모 축소,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샤오미, 리오토(리샹), 립모터스(링파오)와 같은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독자적인 배터리 개발을 선언하며 '탈(脫) CATL'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쟁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CATL은 ESS 시장을 새로운 탈출구로 낙점했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ESS 비중은 25% 수준이지만, 이를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 중심의 기존 사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ESS 분야가 핵심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북미 및 국내 시장 공략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역시 북미 ESS 시장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5개의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북미 내 ESS 생산 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기존의 NCA 제품군 외에 LFP 제품 생산을 추진 중이며, SK온은 미국 조지아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 전용 LFP 배터리 생산 체제로 전환하며 현지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기회는 열려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ESS 중앙계약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지난달 공고된 3차 입찰은 규모가 1.18GW에 달해, 2배 이상 확대된 사업비 2조 원 규모의 대형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낙찰 물량 563MW 중 약 76%를 차지했고, 2차 입찰에서는 SK온이 565MW 중 50.3%를 확보한 바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은 ESS 사업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