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시장 안착 실패를 영업직원에게 전가
카멜과 메비우스 브랜드로 알려진 일본계 담배 기업 JTI코리아가 올해 진출한 전자담배 사업의 부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회사가 영업직군에 과도한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인센티브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임금을 깎고 있다는 지적이다.
JTI코리아는 지난 4월 궐련형 전자담배인 ‘플룸 오라(ploom aura)’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국내 전자담배 시장은 KT&G의 릴과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약 90%의 점유율을 나누어 가진 구조다. JTI는 2028년까지 글로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내 점유율을 10% 중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 국내 점유율은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기기 구매 후 전용 스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전자담배 특성상 후발 주자의 진입 장벽이 높다고 분석한다. 특히 JTI코리아의 유통망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오프라인 서비스센터가 부재한 점 등이 점유율 확대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에 회사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일선 영업사원들에게는 무리한 목표치를 부여하며 미달성 시 인센티브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무노동 무임금' 명목의 연차 사용권 침해 논란
JTI코리아의 영업인센티브는 기본급과 식대를 합친 금액의 19%를 기준으로 산정되며, KPI 평가 결과에 따라 실지급액이 결정된다. 영업직원 3명의 급여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영업인센티브는 전체 세전 급여의 약 14%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사측은 올해 초부터 영업직원이 월 500곳의 점포를 방문하고 사진 등으로 이를 인증하도록 하는 KPI를 도입했다. 회사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임금을 깎겠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통보했다. 특히 월 500곳 방문 목표는 연차 사용 시에도 조정되지 않았다. 즉, 휴가를 사용하더라도 나머지 근무일에 방문 횟수를 채워야 하며, 이에 따른 초과근로 보상은 별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종화 제이티아이코리아노조 위원장은 “5일간 휴가를 쓰면 점포 125곳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다른 날에 무조건 채워야 하고 실패 시 급여가 깎이므로 사실상 휴가 사용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초과근로가 발생하고 전체 급여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급여 명세서로 드러난 인센티브 하락세
실제로 영업직원 3명의 2024년부터 지난달까지의 급여 내역을 확인해 보면 인센티브 지급률과 액수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올해 1~10월 평균 영업인센티브 지급률은 86.6%로, 지난해 동기 대비 6.2%포인트 낮아졌다. 직원별 하락 폭은 3.7~9.0%포인트였으며, 지급액은 전년 대비 총 517만 원이 줄었다. 이는 평균 5.1% 감소한 수치로,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직원은 8.2%의 감소율을 보였다.
노조는 경영전략의 실패 책임을 영업직원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창 위원장은 “전자담배 마케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방문 목표를 던지고, 미달 시 급여를 삭감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과 연차권 봉쇄를 노린 노동 착취”라고 강조했다.
현재 사측은 영업인센티브 지급률 범위를 기존 80~120%에서 60~140%로 더 넓히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는 이러한 흐름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창 위원장은 2027년 이후 인력 운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했으며, 회사가 2024년 전체 영업직의 60%인 250명을 구조조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본지는 사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