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끌어올린 역대급 실적과 엇갈린 주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106조 원이 넘는 경이로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4분기 연속으로 경신 중인 역대 최대치이며, 전 세계 빅테크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이익 100조 원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29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13% 하락한 23만 2천 원에 머물며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전날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던 SK하이닉스는 2.62% 상승한 152만 6천 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이번 실적은 전체 영업이익의 99%가 반도체에 쏠려 있는 극심한 수익 구조 편중 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HBM4가 견인한 메모리 호황과 2028년 공급 부족 전망
부문별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매출은 195조 3천억 원, 영업이익은 106조 5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9%와 783.1%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수치다. 특히 AI 개발 수요가 급증하며 메모리 사업이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이번 실적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3분기 HBM4 매출은 지난 분기와 비교해 3배 넘게 뛰었으며, 전체 HBM 매출 내 비중도 60% 선까지 올라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027년 공급 물량이 제품 경쟁력을 반영한 적정 가격으로 이미 완판(Sold-out)된 상태이며, 고객사들의 추가 물량 요청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이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며 수요는 강력하지만, 단기간 내에 공급을 확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객사와의 장기공급계약(LTA) 체결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10개의 대형 고객사와 다년 계약을 마쳤으며, 추가로 10곳의 주요 고객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생산 능력의 60~70%를 이러한 장기 계약 물량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DX 부문의 적자와 시장을 실망시킨 주주환원 정책
반도체의 독주와 달리 완제품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다. 3분기 매출 52조 1천억 원을 기록했으나, 8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부품 원가 부담을 높인 것이 주요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DX 부문의 경영 환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모바일은 플래그십 위주로, TV는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회복할 계획이다.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포함해 100조 원 규모의 환원을 약속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규모를 명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과 함께 30조 원 규모의 현금배당(11월 27일 지급 예정)을 공시했으나, 시장이 기대하는 자사주 매입·소각의 구체적 시점과 액수는 빠져 있었다. 앞서 8~10월에 진행한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임직원 보상용이었다. 다만 회사는 향후 자사주 매입 시 우선주 비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전자의 올해 확정된 주주환원 규모는 35조 원이며, 남은 재원은 55조~75조 원 규모다. 내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3년 주기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될 시점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