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작성 대신 키오스크로…변화하는 군 행정 현장
그동안 군 내부는 예상보다 많은 양의 행정 업무가 종이 문서에 의존해 처리되어 왔다. 유류 보급 시에는 차량 운행 일지에 언제, 어디서, 어떤 차량에 얼마만큼의 연료를 채웠는지 상세히 기록해야 했으며, 담당자의 확인을 거친 뒤 월말에는 수송관에게 다시 보고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다. 휴가 신청 역시 행정반 PC를 이용하더라도 실제 휴가 계획서는 수기로 작성해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의 결재를 받아야 했고, 총기 관리 대장 또한 수불 시간 등을 일일이 손으로 적어 내려가야 하는 실정이었다.
지난 28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육군 제9보병사단의 지능형 스마트부대 시범사업 현장을 취재한 결과, 이러한 '종이 행정'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병영생활관 입구에는 가로 40cm, 세로 80cm 규모의 터치스크린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장병이 자신의 지문을 인식해 로그인하면 휴가 신청부터 경계작전명령서 확인, 진료 및 교육훈련 신청, 영내 유동 병력 관리까지 다양한 메뉴가 화면에 나타난다.
RPA와 IoT 기술이 구현하는 자동화된 작전 및 관리
휴가 신청 프로세스도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휴가 일수와 출발지, 행선지, 이동 수단 등을 하나의 통합 창에 입력하면, 국군 철도수송지원반(TMO)의 열차표 신청 기능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신청이 완료되면 지휘관은 국방망과 연결된 태블릿 PC나 휴대전화를 통해 즉시 승인 절차를 밟는다. 경계작전명령서 또한 전자화되어 행정반 게시판을 확인하던 과거와 달리 생활관 내에서 직접 투입 시간과 근무자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행정병들이 수기로 초안을 작성하고 근무 일정을 조정하던 방식은 업무자동화체계(RPA)로 대체되어, 매크로를 통해 명령서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작전 투입 순번과 시간이 자동 부여될 뿐만 아니라, 휴가자나 영외 출타자 정보도 명령서에 자동으로 반영된다. 이로 인해 행정병들이 휴가 일정을 일일이 대조하며 근무표 작성에 들이던 행정적 부담도 크게 줄었다. 총기 관리 역시 스마트 총기보관함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휘관의 지문이나 신분증, 또는 지휘통제실의 중앙 통제를 통해 보관함이 열리며, 장병이 다시 지문을 인식하면 본인의 총기만 잠금이 해제되는 방식이다. 보관함의 개폐 상태와 미반납 총기 현황은 지휘통제실 및 행정반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기존의 수기 기록 업무가 전산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2034년 전 부대 확대…AI 기반의 초연결 네트워크 구축
육군은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자동화하고, IoT 센서와 과학화 감시체계를 결합한 지능형 스마트부대를 2034년까지 전 부대에 도입할 방침이다. 이는 병역 자원 감소에 대응하여 병사들이 전투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육군은 상용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행정 업무를 넘어, 우주와 공중, 지상을 잇는 다계층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영역 지휘통제체계(JADC2)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저궤도 위성과 드론이 수집한 적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표적을 처리하는 지휘 역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실시간 탐지와 타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상용 기지국과 군 통신망을 병행하는 전술이동통신체계를 운영하며 드론과 위성 운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류승하 육군본부 정보화기획참모부장(소장)은 AI와 데이터, 초연결 네트워크를 결합해 어떤 환경에서도 끊김 없는 지휘통제가 가능하도록 최적의 정보통신 기반을 마련해 전 장병이 전투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