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군이 인공지능(AI)과 초연결 네트워크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지능형 스마트군'으로의 전면적인 구조 전환을 선언했다. 이번 변화는 인구 절벽 현상에 따른 병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순한 대책을 넘어, 기존의 노동집약적 군 구조를 첨단 기술 중심의 정예군 체계로 진화시키려는 전략적 결단이다. 다만 지상과 공중, 우주를 잇는 초연결망 구축 과정에서 상용 망 혼용에 따른 사이버 보안 위협을 어떻게 차단할지, 그리고 전자기스펙트럼(EW) 전장에서의 생존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향후 전 부대 확산의 결정적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구 절벽 대응할 '기술집약적' 군 구조로의 전환
육군은 지난 28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9사단 사령부에서 류승하(소장) 정보화기획참모부장의 주관하에 지능형 스마트부대의 실제 운용 현장을 공개하며 차세대 정보화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1년부터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이번 시범 사업은 오는 2034년까지 육군 전 부대에 스마트 체계를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방 혁신 프로젝트다. 이날 공개된 9사단 정보통신대대의 모습은 단순한 행정 전산화를 넘어 '데이터 중심의 군대'로 나아가는 이행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장병들이 생활관 내 설치된 스마트부대 키오스크를 통해 지문 인식으로 휴가를 신청하면, 지휘관이 모바일 기기로 이를 즉시 승인하는 체계가 작동했다. 또한 지문 인식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총기함은 반출 현황을 실시간으로 행정반 컴퓨터와 연동하여 관리했다. 근무를 앞둔 장병이 지문으로 본인의 총기 1정만을 안전하게 꺼내면, 상단의 현황판과 행정반 시스템에 정보가 자동 업데이트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가 행정 업무를 자동화하고, IoT 센서와 과학화감시체계를 통해 경계 작전 및 부대 관리를 수행하는 것이 지능형 스마트부대의 핵심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인구 감소라는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육군은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인 '아비스(Arvis)'와 업무자동화체계(RPA)를 투입해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할 계획이다. 위병소 출입 관리, 경계 작전 명령서 및 주유 일지 작성 등 병력 소모가 컸던 행정 소요를 2027년까지 전 부대에서 완전히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과거 인력 위주의 군 구조에서 벗어나, 소수의 정예 인력이 AI 시스템을 운용하는 선진국형 기술집약 군대로의 강제적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
다계층 통합 네트워크와 '한국형 JADC2'의 과제
이번 혁신안의 중심에는 지상, 공중, 우주를 하나로 묶는 '다계층 통합 네트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육군은 실시간 탐지와 결심, 타격으로 이어지는 정보 유통을 보장하기 위해 군 전용망과 상용 기지국을 병행 사용하는 5G 전술이동통신체계를 구축 중이다. 여기에 공중 통신중계 드론과 저궤도 위성망을 층위별로 결합하여, 현대전의 핵심인 전 영역 통합 작전(JADC2)과 육군의 미래 전투 체계인 'Army TIGER+'를 구현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
무기체계 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미 육군의 '프로젝트 컨버전스'와 같은 수준의 고도화된 '연동성(Interoperability)'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육군이 추진하는 초연결 네트워크가 지상군만의 파편화된 시스템에 그치지 않으려면, 해군·공군 및 합동참모본부의 전장 지휘통제 시스템(KJCCS)과 실시간 데이터 공유가 완벽히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공중 드론의 표적 정보나 저궤도 위성의 정찰 데이터가 육군의 타격 자산은 물론, 해군 함정과 공군 전투기의 전술 데이터링크(Link-16 등) 체계와 오차 없이 융합되어야 진정한 통합 작전이 가능해진다.
초연결 시대의 그림자, 사이버 안보와 생존성 확보
하지만 초연결 네트워크의 확장은 양날의 검과 같다. 군용망과 민간 5G 인프라를 혼용하는 방식은 작전의 유연성을 높여주지만, 유사시 적의 사이버 해킹이나 전자기스펙트럼(EW) 공격에 노출될 위험을 키운다. 최근의 글로벌 분쟁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민간 위성망이나 상용 전파 체계를 사용할 경우 적의 강력한 재밍(Jamming)이나 GPS 기만(Spoofing) 공격에 의해 지휘통제망이 일시에 마비될 수 있는 취약점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지능형 스마트부대가 전시에도 끊김 없는 항재밍 능력을 유지하려면, 기술 도입 단계부터 국방 특화형 암호화 모듈과 EMP 방호 등 강력한 물리적·논리적 방호 체계를 내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류승하 육군 정보화기획참모부장은 극한 환경에서도 중단 없는 지휘통제가 가능한 최적의 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국 성패는 '사이버 안보 생존성'을 얼마나 완벽하게 담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안보 연구기관들은 이번 비전이 징병제 틀 안에서 첨단화를 달성해야 하는 한국 국방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 평가하며, AI 기반의 지상군 두뇌와 5G 신경망이 통합 연동성과 방호 역량을 갖추며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