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과 물량 동시 폭발…분기 최대 실적 예고

SK하이닉스가 올해 4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금융투자업계의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동반 상승과 더불어 생산량 확대, 그리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판매 급증이 맞물리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전날 진행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 내용을 검토한 뒤 4분기 수익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씨티증권은 기존 89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 전망치를 107조원으로 높여 잡았으며, 유안타증권은 118조2000억원, 메리츠증권은 104조원, DS투자증권은 102조1000억원을 각각 예상했다. 대신증권 역시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확대와 단가 상승의 시너지 효과

이러한 전망의 핵심 동력은 가격 상승에 이어 공급 물량까지 대폭 늘어난다는 점에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원화 강세라는 변수 속에서도 전분기 대비 37.6% 증가한 83조333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보다 20%대 후반 상승하고, 낸드 역시 20%대 중반의 상승폭을 보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환율로 인한 5조~6조원 규모의 부담을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와 가격 상승을 통해 충분히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측은 4분기 D램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20% 중반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3분기 증가율인 1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청주 M15X 공장의 가동 확대와 10나노급 6세대인 1c 공정으로의 전환, 그리고 수율 개선 등이 안정적인 공급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특히 HBM4는 4분기 출하량과 매출 측면에서 기존 HBM3E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 출시에 맞춰 HBM4와 서버용 D램, 저전력 메모리 모듈의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 계약 통한 수익성 확보와 주주환원 정책

가격 상승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가격 상승률은 각각 10%와 7%로 예상된다. 비록 상승 폭 자체는 3분기보다 완만해지지만, 판매량 증가가 이를 보완하며 전체 이익 규모를 키우는 구조다. 낸드 분야에서는 321단 기업용 SSD(eSSD)가 출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 고객사 14곳과 맺은 장기공급계약(LTA) 물량이 2027~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중장기적 판매 기반도 견고해졌다. 유안타증권은 고객사들의 추가 공급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과거 호황기보다 실적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BN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상향하면서도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메모리 수요의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과 고금리 환경에 따른 AI 관련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투자 지속성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는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이 제시되어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약 100조원 규모의 환원과 함께 3분기 주당 2만원의 배당을 발표했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은 솔리다임 상장 검토 중단과 투자 성과 공유 원칙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가이던스, 주주환원 모두 훌륭한 '실적 발표의 정석'이었다고 평했으며,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을 고려한 유연한 생산계획이 과거 메모리 업사이클에서는 보기 드문 변화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