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재교육과 인재 양성 병행하는 북한의 인적자본 전략

북한이 생산 현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직장을 이탈하지 않고도 대학 수준의 고도화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원격교육'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같은 국가적 경제 발전 과제를 뒷받침하려는 전략적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리뷰' 10월호에 게재된 이화여자대학교 김경미 강사의 기고문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길러내는 동시에 기존 노동력을 재교육하는 방식을 병행하며 교육 체계를 재편 중이다. 김 강사는 해당 글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 교육의 인적자본 전략'을 주제로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와 원격교육의 역할을 분석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북한은 전문 인력뿐 아니라 일반 근로자 전반이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지식을 갖추도록 하는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를 핵심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2013년 처음 제안된 이 방침은 2015년 교육법과 2019년 헌법을 거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교육 대상 역시 기존의 학령기 학생을 넘어 대학생과 일반 근로자까지 폭넓게 확장되었다.

지방 산업 현대화 위한 원격교육과 인프라 구축

북한의 교육 전략은 정규 대학을 통한 신규 인재 양성과 더불어 직업기술대학, 공장대학, 그리고 원격교육을 활용한 기존 인력의 '재교육'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인재를 배출하는 것과 더불어 이미 산업 현장에 배치된 노동자들의 기술 역량을 높여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원격교육은 노동자들이 생산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도 전문 지식을 익힐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북한은 2010년 김책공업종합대학 내에 원격교육대학을 세운 이래 관련 체계를 꾸준히 넓혀왔다. 교육 대상은 교원부터 경제간부, 과학자, 기술자, 그리고 일반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는 등 정보화 수준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4년부터 시작된 '지방발전 20×10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정책은 매년 20개 시·군을 선정해 10년 동안 지방공업공장과 현대화된 편의시설, 거점 병원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북한은 단순히 시설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운영할 숙련된 기술 인력을 양성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술 지원 체계와 실효성 확보를 위한 과제

김 강사는 북한이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 지원, 직업기술교육, 원격교육 등을 총동원해 지방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국가과학원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등 주요 기관이 기술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과학기술보급실과 미래원 같은 교육 거점을 통해 약 2만 2000여 개의 기관을 국가망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지역과 기업소에 흩어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최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어랑군과 경성군 등 현대적 지방공업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에서 근로자들이 원격교육을 통해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물적·제도적 기반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보고서는 북한의 불안정한 전력 공급과 개인용 컴퓨터 보급의 한계, 지역별 통신망 접근성 차이가 평양과 지방 간의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대외 기술 도입의 제약도 문제다. 노동자들이 고도의 지식을 습득하더라도 이를 현장에 적용할 설비나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얻은 기술이 실제 생산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물질적 기반이 충분한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