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부재 속 '개인 맞춤형' 편성 전략

대형 상업 영화의 부재로 인해 11월 극장가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멀티플렉스 3사는 전통적인 흥행작에 의존하기보다 관객 개개인의 세분화된 취향을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공연 실황부터 재개봉 영화, AI 기술을 접목한 신작까지 콘텐츠의 범위를 대폭 확장하며 비수기 극복에 나선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11월은 대형 신작이 드문 시기로 꼽히지만, 국내 주요 극장들은 이를 오히려 콘텐츠 다양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라이브 뷰잉과 특정 감독의 작품을 모아 상영하는 감독전, 장르 영화 등을 통해 관객이 극장을 방문해야 할 이유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규모 중심의 편성에서 탈피해 관객의 선호도를 정밀하게 겨냥한 것이 특징이다.

CGV의 팬덤 공략과 메가박스의 장르 다변화

CGV는 K팝 팬덤과 예술 영화 애호가를 동시에 겨냥한다. 오는 11월 18일에는 임영웅의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을 담은 '임영웅: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2'를 단독으로 개봉한다. 지난달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이 공연은 드론쇼와 불꽃놀이, 밴드 라이브를 입체적인 음향과 스크린으로 구현해 현장에 가지 못한 팬들에게 생생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29일에는 엔믹스(NMIXX)의 첫 월드투어 피날레를 스크린엑스 라이브 기술로 생중계하며, 2015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를 11년 만에 재개봉해 기존 팬층을 공략한다.

메가박스는 독자 브랜드인 '메가 온리'를 통해 콘텐츠의 폭을 넓힌다. 11월 4일 다큐멘터리 '욕쟁이 할머니'와 영국 연극 실황 '골든 보이'를 시작으로, 11일에는 4K 리마스터링 버전인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을 상영한다. 이어 18일에는 연극 '모두가 나의 아들', 19일에는 '영화 뱅드림! 아베 무지카 프리마 오로라', 25일에는 공포물 '고인아파트'가 차례로 관객을 만난다. 아울러 11월 17일까지 3주간 진행되는 '이창동 감독전'에서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버닝' 등 대표작 6편을 1만 원의 특가로 선보이며 감독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롯데시네마의 실험적 시도와 극장가의 새로운 패러다임

롯데시네마는 '롯시픽' 브랜드를 앞세워 장르적 다양성을 확보한다. 11월 4일 바디 호러 '변이'와 애니메이션 '극장판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발푸르기스의 회천'을 상영하며, 11일에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개봉 20주년에 맞춰 재개봉한다. 18일에는 성준, 츄, 문지훈이 출연하는 세로형 숏폼 사극 '광안: 세자의 여자'와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선보이며, 25일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제작 전반에 활용된 장편 영화 '라파엘'을 통해 기술적 혁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처럼 멀티플렉스 3사의 행보는 관객층을 세분화하고 상영 범위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공연 실황은 강력한 팬덤을, 재개봉과 감독전은 명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AI 영화나 세로형 영상은 차별화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제 11월 극장가는 단순히 어떤 대작을 확보하느냐를 넘어, 관객에게 얼마나 다채로운 관람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느냐를 두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시험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