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버 수준의 역사인식” 강력 규탄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극우 세력의 주장인 ‘제주4·3 김일성 지령설’에 대해 명확한 부정 의사를 밝히지 않자, 제주 4·3 관련 단체들이 그를 향해 “극우 유튜버와 다를 바 없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30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명예를 지켜야 할 국가인권위원장이, 공식적인 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단체들은 근거 없는 배후설에 대해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안 위원장의 입장이 매우 낮은 수준의 역사적 인식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서 불거진 ‘북한 배후설’ 논란

사건의 발단은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였다. 당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은 안 위원장에게 “2003년 작성된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김일성이나 북한군의 개입 내용이 포함되어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해당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역사적 고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지는 김 의원의 질문에서도 논란은 계속됐다. 김 의원이 4·3 사건이 북한 공산당이 주도한 공산 폭동인지 재차 확인하자, 안 위원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며 조사한 바도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민간인들이 겪은 희생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2003년 정부 보고서가 확정한 국가폭력의 역사를 인정하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폭력 역사 부정에 대한 유족들의 분노

과거 2003년 발간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1948년부터 1954년 사이 제주에서 약 2만 5천 명에서 3만 명에 달하는 도민들이 희생되었음을 밝혀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군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규명되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공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표명한 바 있다.

4·3 단체들은 안 위원장의 발언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이어온 제주도민들의 피해 회복 노력을 무너뜨리는 처사라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발언을 두고 지령설을 주장하다 유족들에게 패소한 태영호 전 국회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안 위원장의 인식이 극우 세력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의 책임과 공식 사과 요구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적 책무에 따라 인권 보장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적 국가기관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윤리와 책임을 저버린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4·3 단체들은 안 위원장에게 즉각적인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또한 유족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적 언행을 즉각 중단하고,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