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AI 투자 신화, 오픈AI의 자금 조달 계획 수정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면서 뉴욕 증시 내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AI 산업의 성장을 주도해 온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자금 조달 목표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높은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투자 유치에 나섰으나, 일부 투자자들이 자금 규모를 줄이면서 당초 계획했던 자금 확보 전략에 차질이 생긴 모양새다.
최근 오픈AI는 외부로부터 조달하려던 목표액을 기존 30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100억 달러나 낮췄다. 이와 함께 기업가치 평가액 또한 1조 4000억 달러에서 1조 2500억 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오픈AI는 이전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하며 투자자를 설득해 왔다. 특히 지난 7월 이후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852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를 1조 4000억 달러까지 끌어올려 제시했으나, 최근 기술주들의 약세와 인프라 투자 부담이 겹치며 결국 목표 수치를 수정하게 된 것이다.
투자 유치 난항과 치열해진 경쟁 구도
자금 모집 과정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이 당초 약속했던 것보다 적은 금액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현지시간 기준 지난 30일까지 1차 투자 확약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최종 모집액이 2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회사는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투자 유치를 진행해 부족한 목표액을 채운다는 방침이다. 소프트뱅크와 세쿼이아캐피털, 파운더스펀드 등이 참여하는 투자 컨소시엄이 최대 규모로 합류할 것으로 보이며, 이들은 오픈AI가 새롭게 구축할 컴퓨팅 인프라를 임대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모델 개발 및 운영 비용 역시 오픈AI를 압박하는 요소다. 지난 3월 1220억 달러를 조달한 바 있는 오픈AI는 향후 모델 훈련과 서비스 운영을 위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상장 추진도 변수로 떠올랐다. 다음 달 상장을 앞둔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1조 50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으면서, 두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빅테크 실적 발표 이후 가중된 설비투자 부담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은 지표로도 나타났다. 이달 30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6% 하락한 2만 5437에 마감했다. 나스닥100 지수는 3.46% 하락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20% 급락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인텔의 주가가 28.58% 폭락한 가운데, 엔비디아와 AMD도 각각 4.22%, 10.88% 하락하며 동반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 이후 데이터센터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련 설비투자 부담이 재부각된 결과다. 인프라 확장에 드는 비용이 실제 수익 증가 속도를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이 악화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고, 구글 역시 AI 인프라 확대를 위한 현금 유출 부담이 부각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빅테크들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직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AI 서비스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자원 확보에 들어가는 자금 역시 급격히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이 성장성뿐만 아니라 수익성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동시에 살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조 티게이 에쿼티 아머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투자 시장이 막연한 '희망과 꿈'의 단계를 지나, 이제는 구체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