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독일연방공화국이 140여 년에 걸친 외교적 유대감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연방총리는 2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정치와 안보를 비롯해 첨단 기술, 경제 공급망, 인적 교류를 포괄하는 협력의 청사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회담은 서울에서 개최된 독일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회의(APK)를 계기로 성사되었다.
안보·방산 제도화와 AI 기술 공조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와 독일 산업계의 신뢰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서 양국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특히 급변하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안보와 경제 전략을 연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국방부 간 '안보정책 및 방산 협력을 위한 국방정책 실무회의'를 상설화하고,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위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양국의 우수한 방위산업 역량을 결합해 방산기업 간 공동 개발이나 상호호혜적인 합작 투자를 위한 협력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
사이버 안보와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도 구체화된다. 하이브리드 위협 및 허위정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안보 대화를 확대하며, 한국 AI안전연구소와 독일 AI 안전·보안연구소(AISI Deutschland)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최첨단 AI(Frontier AI) 개발 분야까지 공조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첨단 산업 및 공급망 동맹 강화
경제 및 통상 분야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이 마련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 간에 '경제·하이테크 파트너십 프레임워크에 관한 공동의향서'가 체결됨에 따라 자동차, 배터리, 로봇공학, 스마트 제조, 산업 AI 등 첨단 산업의 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는 양국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반도체 생태계 파트너십'을 조만간 체결해 핵심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일 계획이다.
에너지 및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도 현대화된다. '한-독 에너지 파트너십'을 새롭게 정비하고, OECD와 G20의 국제적 공조를 반영한 '한-독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의정서' 서명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투자 환경을 조성했다. 과학기술 공동 혁신을 위해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 참여를 환영하며, 우주, 양자, 바이오 분야의 공동 연구를 촉진할 양국 연구기술부 간의 신규 협정 체결도 추진한다.
국제 질서 수호와 인적·문화 교류 확대
양 정상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제적 현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WTO 중심의 규범 기반 다자무역질서를 지지하고 한-EU FTA의 충실한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파리협정 등 다자환경협정에 기반해 기후위기 대응과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공조한다. 또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준수 원칙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과 밥 알만뎁 해협 등 주요 해상교통로를 위협하는 무력 행위나 불법 행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마지막으로 양 정상은 196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 그리고 그 후손들이 양국 경제 성장에 이바지한 역사적 유대를 기렸다.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공립학교 내 독일어 및 한국어 교육 지원을 넓히고, 청년 대상 워킹홀리데이와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 서울 사무소의 공식 등록을 환영했다. 아울러 분단 경험을 공유하는 독일 측은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한독자문위원회 틀 안에서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