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 데이터센터 수요 맞춤형 대규모 설비투자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일본의 주요 부품 기업들이 대대적인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섰다. 업계 1위인 무라타제작소는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의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2550억엔(약 2조 1600억원)보다 5.9% 늘린 2700억엔(약 2조 29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공표했다.

무라타의 주력 제품은 전자파 간섭을 차단하고 회로 내 전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부품으로, 전자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해당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치솟고 있다. 일반 서버와 비교했을 때 데이터센터용 서버 랙에는 최대 60만 개라는, 10배가 넘는 막대한 탑재량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무라타는 생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총 1조엔(약 8조 4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통해 2025회계연도 기준 9000억엔(약 7조 63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을 2030회계연도에는 1조 8000억엔(약 15조 26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비덴,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능력 확대 선언

해당 분야의 선두 주자인 이비덴 역시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신규 설비 투자 계획을 드러냈다. 이번 투자는 일본 기후현에 위치한 가마 공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전체 투자 금액은 1510억엔(약 1조 2800억원)에 달한다. 이비덴은 2029년부터 해당 설비들을 순차적으로 가동하여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비덴이 주력하는 기판은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 방식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적용한다. 이는 기존의 와이어 본딩 방식과 비교했을 때 전기적 성능과 열적 특성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강점을 지닌다.

격화되는 한·일 부품 기업 간의 글로벌 경쟁

일본 부품 기업들의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국내 경쟁사들에게도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현재 신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이노텍 또한 공격적인 증설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 9월, 세종과 베트남 지역의 반도체 기판 공장을 확장하기 위해 6조 8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이노텍 역시 지난해부터 구미에 6000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베트남 하이퐁시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