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전자상거래가 재편하는 공간 가치
인공지능(AI) 기술과 전자상거래의 융합이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인간의 업무 방식과 소비 패턴, 생활 양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물리적 공간이 지니는 가치 또한 재정의되는 중이다. 블랙스톤의 데이비드 르빈 글로벌 부동산 부문 공동대표와 A.J. 아가왈 BREIT 사장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 있는, 즉 '승자의 편'에 선 자산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AI 시대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긴 회복 사이클의 초입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미국 시장은 사이클상 매우 낮은 지점에 머물러 있으나, 견고한 수요와 맞물리며 투자에 유리한 수급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일례로 물류창고의 경우, 신규 공급량이 과거 고점 대비 60~70% 수준으로 급감했다. 건설 비용 상승 등의 부담이 지속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와 물류창고: 새로운 투자 기회
최근 미국 부동산 가격은 저점 대비 약 9%가량 반등했으나, 2022년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10% 정도 낮은 수준이다.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등 시장에 우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진입 시점으로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모든 부동산이 유망한 것은 아니다. 시장 전체의 반등을 기다리기보다는 AI와 전자상거래가 교차하는 지점인 물류창고와 데이터센터에 주목해야 한다.
전자상거래는 AI가 로보틱스 기술과 결합하며 '에이전틱 이커머스(Agentic E-commerce)'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는 AI가 소비자의 구매 주기와 패턴을 학습해 물품을 자동으로 주문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AI가 주문을 대행하더라도 상품은 반드시 물리적 공간에 보관되고 출고되어야 하기에, 자동화 주문이 늘수록 물류창고 수요는 비례해 증가한다. 실제로 전자상거래 매출이 10억 달러(약 1조 3300억 원) 늘어날 때마다 약 9만 3000㎡의 물류 면적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빅테크 설비투자가 견인하는 데이터센터 수요
에이전틱 이커머스의 주문 처리 과정은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이는 곧 지상에 실재하는 데이터센터의 수요로 직결된다. 올해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약 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 중 상당액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미국 내 데이터센터 입주율은 99%에 육박해 여유 공간이 단 1%에 불과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다.
물류창고와 데이터센터의 인기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혜택을 누리는 '승자의 자산'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는 단순한 시장 반등을 넘어 메가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고 유망 자산을 가려내는 선별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으로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