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PCE 물가 상승세 가속과 에너지 가격 급등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를 상회하며 가팔라지는 가운데, 지난 3분기 미국 경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계절 조정이 적용된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상승했으며, 연간 상승률은 3.6%에 도달했다. 월간 상승폭은 지난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와는 일치했다. 반면 연간 수치는 시장의 기대치보다 0.1%p 낮게 나타났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으며, 이 역시 시장의 예상 범위 내에 머물렀다. 연준은 두 지표를 모두 주시하고 있으나, 통상적으로 정책 결정자들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근원 물가지수에 더 큰 무게를 둔다. 특히 9월에는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며 물가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휘발유를 포함한 에너지 상품 가격은 한 달간 9.2% 폭등했고, 에너지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포괄하는 가격지수는 5.4% 상승했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타 부문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에너지와 주거비를 뺀 서비스 가격은 0.4%, 주거비는 0.3% 상승했다.

AI 투자와 소비가 견인한 3분기 GDP 성장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역시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다.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GDP 증가율은 계절 조정 연율 기준 3.4%를 기록해, 지난 2분기의 2.2%보다 크게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시장 예상치인 3.1%도 상회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와 더불어 높은 수준의 정부 지출 및 소비지출이 자리 잡고 있다. 3분기 소비지출은 전 분기와 동일한 3.8% 증가율을 보였으며, 9월 소비지출 역시 전월 대비 0.5% 늘어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개인소득은 0.2%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0.3%를 밑돌았다.

민간 차원의 국내총투자는 3분기에 19.4%라는 급격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설비투자가 20.9% 늘어나고 지식재산권 제품 투자가 8.4%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연준이 기초 수요의 척도로 삼는 민간 국내 구매자 대상 실질 판매도 3분기에 4.9% 증가하며 2분기(4.6%)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FWD본즈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높은 에너지 비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행정부 기간 중 경제 회복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1년 만에 처음으로 연율 3%를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신중한 금리 정책과 향후 경제 전망

연준은 전날 기준금리를 3.75~4.00% 범위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음에도, 정책 당국자들은 다음 결정 전까지 추가 경제지표를 검토할 여유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들은 오는 12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쏟아질 방대한 정보와 전 세계적 상황을 주의 깊게 살필 것이라고 언급하며, 경제 활동이 견조하게 확대되고 있고 국내 지출 또한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워시 의장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임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AI 관련 지출이 성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의 높은 GDP 성장률이 실제 경제 기초 체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불확실한 장기 AI 프로젝트의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으며, 지난 1년간 대규모 차입을 통해 AI 투자를 이어온 기술기업들의 행보가 향후 설비투자의 하방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성장 동력의 약화와 실제 지출 감소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편, 물가 압력 속에서도 고용 시장은 안정적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24일 기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 4000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20만 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