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중 심장 질환이 부르는 치명적 위기
풀코스 마라톤을 8차례 완주하고 3시간 29분 11초라는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한 이시훈 원장(헤세드신경외과의원)은 12년째 달리기를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 러너다. 다이어트를 계기로 시작한 달리기에 매료된 그는 현재 러너들의 주법과 자세를 분석하며 안전한 운동을 돕는 역할도 수행 중이다. 최근 마라톤 대회 도중 참가자가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며 안전한 실천법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 원장은 타인의 페이스나 기록에 집착하기보다 심장 상태와 호흡, 통증 등 신체가 보내는 경고 신호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라도 운동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를 겪을 수 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운동 중 발생하는 돌연사의 주된 원인은 관상동맥질환이다. 심장 근육에 혈액을 전달하는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고강도 운동을 수행하면, 심장이 요구하는 산소량을 혈액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심근경색이나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젊은 층의 경우 비대성 심근병증 같은 유전적·선천적 질환이나 심근염이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더라도 잠재적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위험 신호 포착 시 즉각적인 운동 중단 필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 위험 인자를 가졌거나 흡연자, 혹은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심장질환이나 돌연사를 경험한 이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운동을 쉬다가 갑자기 전력 질주나 장거리 달리기에 도전하는 행위도 위험을 높인다. 운동은 장기적으로 이롭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도를 높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달리던 중 숨이 차거나 다리가 무거운 것은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가슴이 압박되는 통증, 과도한 호흡곤란, 극심한 어지럼증, 식은땀, 실신할 듯한 느낌, 심한 두근거림이 나타나면 즉시 멈춰야 한다. 갑작스러운 두통이나 한쪽 팔다리의 마비 역시 위험 신호다. 증상이 잠시 사라졌다고 해서 다시 달리는 것은 금물이며, 상황이 지속되거나 실신할 경우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초보자를 위한 안전한 운동 강도 설정법
입문자는 처음부터 거리나 속도에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걷기와 가벼운 조깅을 병행하며 20~30분 정도 운동한 뒤, 신체 적응도에 맞춰 서서히 강도를 높여야 한다. 적절한 강도는 '대화 테스트'로 확인할 수 있는데, 달리면서 문장으로 대화가 가능하다면 중강도 수준이다. 만약 숨이 너무 차서 몇 마디 나누기 어렵다면 속도를 낮추는 것이 옳다. 스마트워치의 심박수 수치를 참고하되, 기기 데이터에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호흡과 컨디션을 직접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록과 SNS 인증보다 생명이 우선되어야
자신의 체력과 컨디션을 무시한 채 오로지 기록 단축이나 완주만을 목적으로 삼을 때 사고 위험은 극대화된다. 특히 레이스 막바지에는 몇 초라도 기록을 줄이려는 욕심 때문에 통증이나 피로를 억지로 참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자세가 무너지거나 비틀거림, 구역질, 비정상적인 호흡곤란이 느껴진다면 기록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과로했을 때, 혹은 음주 다음 날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도 피해야 하며, 발열을 동반한 감염병을 앓았다면 회복 후에도 몸 상태를 면밀히 살피며 낮은 강도부터 운동을 재개해야 한다.